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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원칙·기준 없는 '코드 특별사면'은 법치주의 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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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성탄절이나 설을 계기로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 통합 차원에서 특사(特赦)를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화합보다 갈등만 부추겨 자칫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코드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지난 22일 박상기 장관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냈다는 특사 관련 업무 지시 공문은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민생사범과 함께 공무집행방해, 폭행, 상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한 특사 검토용 신원 자료 요청이 적시돼 있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 경남 밀양 송전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반대 집회와 서울 용산 화재 참사 및 세월호 관련 집회 등 5개 집회를 특정해 관련자 전원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했던 사안이다. 누가 봐도 문 대통령이 내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은 시민단체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철회토록 하겠다”는 대선 공약과 무관치 않다. 이러니 법무부 지시를 두고 “정권의 코드에 맞춘 편향적 특별 사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불법 폭력시위를 벌이고 경찰을 폭행한 전문 시위꾼까지 사면하면 공권력 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특사는 원칙과 기준을 정한 뒤 엄정한 타당성 심사를 거쳐 단행해야 한다. 진보 진영에서 ‘양심수’로 거론되는 이석기·정봉주·한상균·한명숙씨에 대한 특사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사법부 코드화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코드 특사’까지 밀어붙인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코드 맞추기에서 벗어나 통합과 협치의 길로 들어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