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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야당 사퇴 요구에 “또 다른 책임져야 하면 그때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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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수습 지연 보고’에 대해 사과했다. 김 장관이 질의를 들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수습 지연 보고’에 대해 사과했다. 김 장관이 질의를 들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과 관련, 여야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야당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김 장관이 “책임질 거냐”고 몰아세웠다.

국회 ‘세월호 유골 은폐’ 질타 #김 장관 “현장서 의무 어긴 게 문제” #야당 “장관의 문제파악 방식이 문제” #여당은 “은폐 아닌 늑장 보고로 봐야”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장관에게 “세월호 유해 발견 은폐 사건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현장책임자가 자의적인 판단과 인간적인 정리에 이끌려 지켜야 될 의무를 어기고 함부로 판단해 국민적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장관이 문제를 파악하는 방식부터 문제다. 17일에 일어났는데 누락한 건 실무자 책임으로 치더라도 20일 이후에 장관은 뭘 했나”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장관이 책임질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책임 있는 공무원들에게 문책 조치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책임 문제를 실무자에게만 물으면 되냐”고 하자 김 장관은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또 다른 책임을 져야 된다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겠다”고 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담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은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사건이 아니라 발견 늑장 보고 사건”이라며 “(세월호 참사 때) 우리 아이들은 바로 늑장 대응 때문에 희생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김현태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 전 부단장에게 장례식 이후 알리자고 말한 판단의 근거를 물었다. 김 부단장은 “유가족 분들이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아서 그렇게 판단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지금까지 세월호에서 미수습자 네 분, 유골 146점을 발견했다. 그중에 유골 발견 즉시 언론에 알리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통과된 사실을 언급하며 “법 통과로 세월호 특조위가 새로 출범하게 됐는데 그러면 뭐하나. 해수부가 이런 식으로 한다면 특조위가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김 장관은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는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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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야당 지도부도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 정권이 세월호 7시간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데 세월호 5일 동안 유골을 숨긴 의혹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확실한 진상 규명과 함께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 최고위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을 발견하고 닷새 동안이나 은폐한 것은 하늘과 땅이 함께 분노할 일”이라고 했다.

같은 당 최명길 의원은 “유골이 발견된 후 직접 상부 보고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은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박종철 사건 설명 후 가장 웃긴 설명”이라고 비꼬았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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