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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

세계를 흔드는 인터넷 극단주의 꼬리 ‘자생테러’ 막으려면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원래 꼬리는 몸통을 흔들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 꼬리가 더 힘이 세졌다. 롱테일 현상은 긴 꼬리가 몸통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든 예가 아마존에서 판매된 비인기 책들의 판매를 다 합친 것이 유명 서적 판매량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다.

꼬리는 정규분포표의 양끝을 이루는 극단적인 현상들이다. 원래 발생 확률이 희귀해서 무시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은 무한한 공간이다 보니 이 꼬리 역시 무한히 길어졌다. 종교와 이념, 사회적 편견의 극단주의 꼬리가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더 빈번해지고 커지고 있다.

2011년 노르웨이 정부청사를 폭탄으로 공격하고 캠핑 중이던 아무 죄 없는 청소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 76명을 살해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그는 테러 조직에 속하지도 않았고 테러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다. 그는 블로그에 1500개 이상의 인종주의·민족주의·반여성주의 글을 올리며 증오를 키워 왔고 범행 직전에는 트위터를 개설해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의 힘이 관심만 갖는 10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망상에 빠져 있었음이 드러났다.

2013년 쇠구슬을 채운 압력 밥솥을 이용해 3명이 죽고 183명이 부상당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사건. 현장을 피범벅이 되도록 만든 ‘타메를란’ ‘조하르’ 형제 역시 아무런 테러 조직과 연계된 적도 따로 테러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다. 이들은 단지 인터넷을 통해 지하드(성전)에 관한 정보를 얻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때문에 그들이 테러리스트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터넷을 그들의 잘못된 신념을 강화하는 데 사용했고, 주장을 퍼뜨리는 데 악용했다. 세계적인 ‘자생테러’의 등장은 유나바머로 알려진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는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산업화에 대한 혐오가 그를 추동시켰던 것이다.

국내에서는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사례, 전북 익산에서 폭발물을 던진 고교생, 박원순 시장 폭행녀 등이 유명한 자생테러 사례다. 이들은 기존의 편향된 생각을 점점 강화하다가 결국 넘어서는 안 될 범죄의 영역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생각을 심화시키는 데 인터넷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이 문제일까? 당연히 그것은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인터넷을 유익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는 극히 일부 작은 꼬리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예외적 상황이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가져온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를 갈파하고 ‘블랙스완’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현상만큼이나 예상외다. 그는 불확실성과 충격을 이용해 오히려 성장하고 발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정된 생각과 질서에 편입되지 않고 합리적인 산책가처럼 일정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나갈 것을 권한다.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은 전혀 다른 주제인 빅데이터 시대의 예측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역시 산더미같이 많은 데이터 속에서 나에게 유용한 ‘신호’를 걸러내는 방법으로 베이즈 정리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끊임없는 새로운 정보의 업데이트와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