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밀란, 리용홍 괴담에 '덜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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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의 중국인 구단주 리용홍(오른쪽)이 알려진대로 중국 광산 재벌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고 구단을 매입한 투기꾼이라는 보도가 나와 유럽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AC 밀란 구단주로 취임한 리용홍. [밀라노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의 중국인 구단주 리용홍(오른쪽)이 알려진대로 중국 광산 재벌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고 구단을 매입한 투기꾼이라는 보도가 나와 유럽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AC 밀란 구단주로 취임한 리용홍. [밀라노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AC밀란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중국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유럽 최고클럽 자리를 되찾을 거라는 기대가 컸던 상황이라 파장이 크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2일 "AC 밀란이 조만간 급매물로 나오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현 구단주인 리용홍(48·중국)이 사들였던 액수에 한참 못 미치는 헐값에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리용홍)이 유럽의 명문팀을 장악하는 동안 관련 기관은 뭘 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스페인 스포츠전문지 마르카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4월 리용홍은 자신이 설립한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를 앞세워 7억4000만 유로(약 9520억원)에 AC 밀란 지분 99.93%를 인수했다. 이후 파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세리에A 중하위권인 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만 2억1000만 유로(약 2700억원)를 쏟아부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30)를 4200만 유로(540억원)에 영입하는 등 대어급 선수 10여 명을 불러모았다.

반년 만에 리용홍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AC 밀란에 대한 기대는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AC 밀란 구단주는 우리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며 "리용홍이 광산재벌로 알려졌지만, 정작 중국 광산업계는 그를 잘 모른다. 그의 중국 사무실 주소는 텅 비어 있다.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로 등록된 투자회사 네 곳 중 두 곳은 페이퍼 컴퍼니에 가깝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AC밀란 경영권을 거머쥔 중국인 구단주 리용홍. [사진 AC밀란 홈페이지]

올 시즌을 앞두고 AC밀란 경영권을 거머쥔 중국인 구단주 리용홍. [사진 AC밀란 홈페이지]

리용홍이 구단 인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계 엘리엇 펀드에서 3억3000만 유로(4240억원)를 빌렸다. 그런데 이를 상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기일인 내년 10월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빚은 구단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유럽축구연맹(UEFA)과 중국 정부까지 나서서 AC 밀란과 리용홍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UEFA는 구단이 제출한 재정 건전성 확충 기획서를 반려했고,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 공개를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은행감독관리위원회를 통해 리용홍의 대출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조사 중이다.

마르카는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AC 밀란은 올 시즌 정규리그 7위(23일 기준)에 그치면서 구단 안팎에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며 "구단 측이 겨울 이적시장에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18), 수비수 보누치 등 돈 될만한 선수는 내다 팔아 부채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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