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탈북 병사, 걸그룹 노래 들으려는 진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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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왼쪽)과 북한 군의 총격을 받고 쓰러져 있는 탈북 병사. 김경록기자, 유엔군사령부 제공

태영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왼쪽)과 북한 군의 총격을 받고 쓰러져 있는 탈북 병사. 김경록기자, 유엔군사령부 제공

지난해 탈북한 태영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이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탈북하는 영상을 보고는 “살아나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2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태 위원은 “분초를 다투며 질주한 병사의 심정에는 내 심정도 담겼고 대한민국을 동경하는 2500만 북한 주민의 심경도 담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를 향해 뛴 북한군 병사에게서 우리는 북한 전체 2500만 주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며 “아직도 통일을 요원한 것으로 보고 속수무책으로 앉아만 있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탈북 병사가 병상에서 태극기를 보고 걸그룹 노래를 들으려는 진짜 이유는 “눈만 감으면 아직도 북한에서 총탄에 쫓기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내가 한국에서 살아있구나’라고 계속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병사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은 22일 2차 브리핑에서 “환자에게 소녀시대의 ‘지(Gee)’를 오리지널 버전과 록 버전, 인디밴드 버전 등 3가지로 들려줬더니 오리지널 버전이 가장 좋다고 했다”며 “걸그룹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태 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비교를 하게 됐다며 이것은 통일로 가기 위한 1단계 과업이 완성됐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병사는 한국을 선택했고 그래서 ‘죽어도 간다’는 일념으로 질주한 것”이라며 “모든 북한 주민이 자유를 향한 질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맞춤형 콘텐트를 제공해 그들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위원은 지난 1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군사옵션보다는 한국 드라마 등의 유입이 북한을 더 변화시킬 수 있다”며 ‘소프트파워’를 강조한 바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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