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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민·관 마라톤 토론으로 제2·제3 '카풀 갈등' 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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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누군가가 바꿔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춘식 기자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누군가가 바꿔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춘식 기자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난데없이 1997년 외환위기를 거론했다. 관치경제에 의존한 한국식 자본주의를 글로벌 자본의 충격으로 경제 체질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그 사건 말이다.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누군가가 바꿔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장병규 초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사진)이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장 위원장 “카풀 업자도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신개념 회의 구상” #“사람 소외 없는 4차 산업혁명이 중요…청년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 #“한국 스타트업, 프랑스보다 강해…‘좀비 스타트업’ 민원은 안 받는다” #“프랑스 에꼴42에 영감…중장기적으론 AI 인재 양성 교육 다루고 싶어”

중앙일보는 22일 서울 광화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장 위원장은 한국인 모두의 트라우마로 각인된 외환위기로 운을 띄웠지만, ‘사람 중심’이란 키워드도 빼놓지 않았다. “산업과 기술의 진화 과정에서 사람이 소외되지 않는 법을 찾는 것”이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으로 이 위원회를 만들면서 여러 번 강조한 말이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다음달 민관이 함께 규제 개선을 논의하는 마라톤 회의 '해커톤'을 개최한다. 이에 대해 설명 중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김춘식 기자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다음달 민관이 함께 규제 개선을 논의하는 마라톤 회의 '해커톤'을 개최한다. 이에 대해 설명 중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김춘식 기자

한국 사회는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 이후 ‘알파고 포비아’에 휩싸였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차갑게 다가오는 것도 사람보다는 기계 중심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란 막연한 공포 때문이다. 그 역시 위원장이 된 뒤 비슷한 우려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는 “청년 실업으로 힘들어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논지를 편다. 단순 반복 작업은 줄어들겠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정보기술(IT)이나 스타트업 분야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한국적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일자리 변화가 어떻게 될 수 있을지 파악해 보는 것도 충분히 고민할만한 연구 과제"라고 말했다. ‘인더스트리4.0’을 내걸고 제조업 혁신을 시작한 독일이 ‘노동4.0’ 연구로 제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 우려를 불식시킨 것처럼 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실업 공포’가 이미 현실화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카풀 논쟁’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주제로 연 국회 토론회가 기존 택시기사들의 집단 반발로 아수라장이 될 정도다. 논쟁의 한 가운데서 장 위원장이 제안한 것은 ‘끝장 난상토론’이다. 다음 달 위원회는 출범 후 첫 공식사업으로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을 연다. ‘해커들의 프로그래밍 마라톤’을 뜻하는 해커톤처럼 민간 이해당사자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모여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형식이다. 장 위원장은 “틀에 박힌 회의 형태로는 민간 사업자들이 관료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누구나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생산적인 토론 형식을 만들어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상을 길러내는 교육 문제를 꼭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춘식 기자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상을 길러내는 교육 문제를 꼭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춘식 기자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추동 주체 중 하나인 스타트업들도 ‘세금 먹는 좀비’로 키울 의향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미 한국의 스타트업 수준은 프랑스보다 강하다”라고 평가하면서 “예산을 따기 위해 정부 과제에 의존하는 ‘좀비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경영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 사회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좀비 스타트업’의 민원 해결사가 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앞으로 위원회의 역할은 가능하면 스마트시티나 빅데이터·헬스케어 등 좁은 쟁점에 한정해서 살펴보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결코 좁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질문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부터 선택해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가계 통신비 인하 문제처럼 주무 부처가 확실한 쟁점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위원회의 보폭을 좁게 가져갈 방침을 밝혔지만, 그는 꼭 다뤄볼 주제 중 하나로 교육 문제를 꼽았다. 그는 "프랑스의 혁신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기관 에꼴42에 대한 이야기는 듣자마자 '말이 되는 포맷'이라 생각했다"며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달라졌고 그것에 맞게 교육도 변해야 하지만 일단은 신생 위원회가 다루기엔 큰 주제라 중장기 과제로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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