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은 10m 떨어져 있었다…유엔사, ”전략적 판단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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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3시 55분 귀순 북한군 오모씨를 구하기 위해 JSA 경비대대 소속 부사관 2명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고 있다. 한국군 대대장은 이들과 10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엄호를 하고 있다. [사진 유엔사]

지난 13일 오후 3시 55분 귀순 북한군 오모씨를 구하기 위해 JSA 경비대대 소속 부사관 2명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고 있다. 한국군 대대장은 이들과 10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엄호를 하고 있다. [사진 유엔사]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을 입고 쓰러진 귀순 북한군 오모(24)씨의 구조 장면을 공개했다.
오씨는 당시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 때문에 총상을 입고 JSA 남측 자유의집 부속 건물 벽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긴박한 탈출 과정에서 군화를 잃어버렸는지 흰 양말 차림이었다. 오씨 주변에 수북이 쌓인 낙엽 때문에 정확한 모습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엔사는 열상감시장비(TOD) 촬영 화면을 틀어줬다. TOD는 적외선을 이용해 야간에도 열이 나는 물체를 감시하는 장비다.

이에 따르면 오후 3시 55분쯤 JSA 경비대대의 한국군 대대장(중령)과 부사관 2명이 오씨가 쓰러져 있는 곳을 향해 기어갔다. 일행은 도중 갈라졌다. 2명은 계속 낮은 포복으로 갔고 한 명은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2명이 오씨를 잡아끌고 다른 1명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다. 이후 셋은 오씨를 차량에 태웠다. 유엔사 대변인인 채드 캐럴 대령은 “부사관 2명이 포복으로 (오씨를)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국군) 대대장 등 간부 3명이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자를 안전 지역으로 끌어냈다”고 말했다. 이후 대대장이 부상한 오씨에게 직접 기어가 오씨를 구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대장을 치켜세우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유엔사 영상에 따르면 대대장은 부사관 2명으로부터 1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엄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엔 대대장이 오씨를 끌고 온 줄 알았다”면서도 “한국군 대대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전에 참가한 것은 맞다. 군의 발표가 틀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캐럴 대령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 게 북한 쪽 초소에서도 저기(오씨가 쓰러진 곳)를 볼 수 있다”면서 “유엔사는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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