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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 레바논 하리리 총리, 17일만에 귀국

중앙일보

입력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던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귀국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퓨처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 지난 4일 그는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퓨처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 지난 4일 그는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앞서 하리리 총리는 지난 4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위협받고 있다며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사우디에 줄곧 체류하다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 그는 곧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귀국길엔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만나 레바논 지원에 감사를 표했으며, 키프로스로 이동해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도 만났다.

지난 4일 사우디에서 전격 사퇴 발표 #프랑스·이집트 등 거쳐 17일만에 귀국

현재 레바논의 미셸 아운 대통령은 하리리 총리의 사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란과 세력 다툼 중인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를 사실상 ‘인질’로 삼고 사퇴를 강요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하리리 총리가 레바논 땅에서 사임을 발표할 때만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리리 총리는 강제 사임설 등을 부인하면서 “나는 이미 사임했고, 레바논에서 정치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리리가 퇴진 의사를 고수할 경우, 아운 대통령이 그를 총리로 재지명하든가 또 다른 이슬람 수니파 인사를 새 총리로 지명할 전망이다.
기독교계인 마론파와 이슬람 수니파, 이슬람 시아파가 수십 년 간 갈등해 온 레바논에선 관례상 주요 직책을 나눠 갖는다. 대통령은 기독교계인 마론파가,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맡는 식이다.

한편 하리리 총리가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도착 뒤 그는 보안군의 경호를 받으며 아버지 라피크 알하리리 전 총리의 묘소를 참배했다. 레바논 총리를 두 차례 역임했던 알하리리 전 총리는 친서방 정책 등으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갈등을 빚었으며, 2005년 헤즈볼라의 테러로 사망했다.
하리리 대통령은 22일 열리는 레바논 독립기념식에 참석할 전망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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