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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스토리] 25분 사용 후 1000년간 환경오염 … 일회용 비닐봉지 안 쓰면 지구를 살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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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지난 2010년 발효한 5개 대형할인점과 환경부가 맺은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점포’ 협약. 서울 가양동 e-마트 직원들이 다양한 포장수단을 선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0년 발효한 5개 대형할인점과 환경부가 맺은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점포’ 협약. 서울 가양동 e-마트 직원들이 다양한 포장수단을 선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노르웨이 인근 해역에서 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이 고래의 죽음을 분석하기 위해 배를 갈랐더니 뱃속에서 발견된 것은 고래의 장기를 망가뜨리고 있던 갖가지 색깔의 ‘비닐봉지’ 수십여 개였다. 국내에서도 제주 앞바다 남방큰돌고래가 비닐봉지를 몸에 감고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간 버려지는 1억장의 비닐봉지를 분해하는 데는 대략 500~1000년이 걸린다.

환경부

환경부와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5억 장이던 국내 비닐봉지 사용량은 2008년 147억 장, 2013년 188억 장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후 소비량 증가 등을고려할 때 한해 190억 장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사용량은 한해 370여 장이다. 평균 25분을 사용한 비닐봉지는 100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야 썩게 된다. 하루만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원유 약 95만1600ℓ, 이산화탄소 약 6700t을 감축할 수 있다.

7월 3일은 ‘일회용 봉투 없는 날’(plastic bag free day)이다. 하루만이라도 비닐봉지를 피하자는 전 세계적인 환경 캠페인으로 지난 2008년 스페인에서 시작됐다. 매년 7월 3일 영국·미국·프랑스·독일·핀란드 등 전 세계 40여 개 나라, 100여 개 지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포장지침을 개정, 단계적 폐지 및 세금 부과에 협의했다. 지난 2014년 11월 17일 EU 의회는 일회용 비닐봉지에 대한 규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은 일회용 비닐봉지 감축 목표를 달성하거나 비닐봉지에 대한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 EU 의회 합의 내용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부는 2019년 말까지 매년 1인당 경량 비닐봉지 사용량 90개를 감축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2025년 말까지 매년 1인당 40개의 비닐봉지를 감축하도록 해야 한다. 이 수치는 2019년까지 비닐봉지 사용량을 약 50%까지 줄이고, 2025년까지 약 80%까지 줄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닐봉지 감축 목표를 충족하기 어려운 국가는 올해 말부터 비닐봉지에 세금을 도입하는 것으로 비닐봉지 감축을 대신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전면 금지했다. 호주에서도 최근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스코틀랜드는 2015년 봉툿값으로 5펜스(약 90원)를 받자 최소 6억5000만 개의 봉투 사용량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통계치는 봉투 사용량이 이전 해보다 약 80% 줄어든 것이다. 스코틀랜드 환경 장관 리처드 록헤드는 “5펜스의 봉툿값은 아주 성공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약 6억5000만 개라는 봉투 사용량의 절감은 매년 4000t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과 맞먹는 것이다. 매년 2500t 수준 이상의 탄소 방출량 절감 효과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10조에 따라 유상으로 봉투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닐봉지 무상 제공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등 이전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비닐봉지 사용량 절감에 대한 국민적 동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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