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아드보' 4-2-1-3 굳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결국 모든 것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뜻대로 이뤄졌다.

41일에 걸친 전지훈련 대장정을 마친 축구 국가대표팀은 모든 면에서 환골탈태했다. 가장 큰 변화는 포메이션이다. 2002년 '4강 신화' 이후 대표팀의 '금과옥조'였던 3-4-3 포메이션은 이제 4-3-3으로 변모했다.

대표팀의 4-3-3 포메이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2-1-3이다. 포백 수비와 '더블 볼란치'로 불리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와 전방의 스리톱이 현재 한국팀의 모습이다.

이 포메이션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유로 2004 당시의 네덜란드 팀과 유사하다. 당시 유로 2004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다. 네덜란드는 야프 스탐, 빌프레드 보우마 등이 주축을 이룬 포백라인과 에드가 다비즈.필립 코쿠의 더블 볼란치, 뤼트 반 니스텔로이의 원톱을 특징으로 한 4-2-3-1이었다. 스리톱의 중앙공격수는 역할 면에서 원톱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한국팀과 2004년의 네덜란드 팀은 사실상 같은 포메이션인 셈이다.

4-2-3-1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다. 네덜란드 대표팀과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 글래스고 레인저스(스코틀랜드) 등 그가 이끈 거의 모든 팀에 자신의 방식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그가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자 곧 한국팀의 포메이션 변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후 국내에서 열린 세 차례 평가전에선 기존의 3-4-3을 사용했다. 전지훈련 초반까지도 "당분간 스리백으로 경기를 치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전지훈련 두 번째 평가전인 그리스전부터 포백을 가동하기 시작, 아홉 경기를 치르는 동안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김남일.이호의 더블 볼란치가 전술 목록에 추가됐다. 한국 팀은 명실공히 '아드보카트의 팀'이 됐다.

6승1무3패라는 전지훈련 성과로만 본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실험은 성공이었다. 특히 좌우 윙백 김동진.조원희의 활발한 공격 가담과 중원 압박을 주도한 김남일.이호의 더블 볼란치는 한국팀의 컬러가 됐다.

하지만 숙제도 분명하다. 시리아전에서도 드러났듯 쉽게 뒷공간을 내주는 포백라인의 조직력을 월드컵 전까지 가다듬어야 한다. 유럽파가 가세한 후에도 4-2-1-3포메이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과제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선수와 상대팀의 다양한 특성에 맞춰야 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 가지 포메이션만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