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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1312일만에 차려진 단원고 미수습자 빈소

중앙일보

입력

"미수습자 5명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안산제일장례식장 앞. 안산지역 시민단체 등이 걸어놓은 10여 개의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이곳은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여간 이어진 수중 수색과 선체 수습에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양승진(당시 59세)교사와 2학년 박영인·남현철군의 빈소가 차려진 곳이다.

18일 안산제일장례식장에 단원고 미수습자 빈소 마련 #1층은 양승진 교사, 2층은 박영인군 3층 남현철군 빈소 #1층 한 쪽엔 세 사람의 영정 모신 일반 조문객 추모공간도 #장례식장 로비엔 미수습자 가족·친지 등이 쓴 글이 붙어 #내일 오전 발인 후 평택 서호공원에서 영면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합동분향소 모습. 김경록 기자 / 20171119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합동분향소 모습. 김경록 기자 / 20171119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지난 4월 11일 기준으로 9명이던 미수습자 수는 추가 수색 과정에서 고창석 교사, 학생 조은화양과 허다윤양, 일반인 승객 이영숙씨 등 4명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5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돼 가고 있는 지금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다"며 머물고 있었던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목포신항에서 추모식을 마친 뒤 양 교사 등 단원고 미수습자들은 안산제일장례식장에,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안산제일장례식장 1층에는 양 교사의 빈소가, 2층엔 박영인군, 3층엔 남현철군의 빈소가 마련됐다. 1층 한쪽에는 세 사람의 영정을 모신 일반 조문객을 위한 합동분향소도 마련됐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5인을 기리기 위해 안산지역 시민단체들이 내건 현수막. 최모란 기자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5인을 기리기 위해 안산지역 시민단체들이 내건 현수막. 최모란 기자

미수습자 가족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담담하고 의연하게 조문객을 맞으면서도 이따금씩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전날 치러진 입관식에선 뼛조각이 아닌 유품을 관에 넣으며 오열했다고 한다.
먼저 목포신항을 떠났던 조은화양의 어머니 등 다른 희생자 가족들의 조문을 할 때도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이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119

시민들이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119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은 전날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조문했다. 이날 오전에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도 방문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전날부터 이틀째 미수습자 가족들과 빈소를 지켰다.

장례식장 로비 1층엔 양 교사와 박영인군, 남현철군에게 추모의 글을 남기는 공간도 마련됐다. 조문객들은 저마다 고인들을 떠올리며 글을 포스트잇을 벽에 붙였다.
양 교사의 한 제자는 "쌤(선생님), 함께한 시간 너무 행복했어요. 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영원히 잊지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쉬세요"라고 썼다.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 앞에 시민들이 미수습자들을 애도하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119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 앞에 시민들이 미수습자들을 애도하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119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경기교육가족은 여러분을 영원히 기억하며 새로운 교육의 희망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제종길 안산시장도 "1313일만에 안산으로 돌아온 여러분! 우리와 늘 함께하길 빕니다"라고 쓴 글을 남겼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직접 쓴 글도 있었다. 선명한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종이엔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멋진 아들 현철아. 넌 최고의 아들이야"
"아들 영인아 사랑한다. 부디 행복하기를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 앞에 시민들이 미수습자들을 애도하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119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 앞에 시민들이 미수습자들을 애도하는 문구가 적힌 메모지가 붙여져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119

한편 미수습자들의 발인은 오는 20일 오전 이뤄진다. 단원고와 안산시청에서 노제를 지낸 뒤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다. 이후 다른 희생자들이 안치된 평택 서호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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