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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이 메탈로 … 21세기 연금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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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호 26면

하이퍼크롬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 남성용.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 42시간 파워리저브. 가격 610만원

하이퍼크롬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 남성용.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 42시간 파워리저브. 가격 610만원

처음 대중에게 선보였던 휴대폰은 무전기에 가까웠다. 어마어마한 부피와 무게 때문이다. 오죽하면 ‘호신용으로 벽돌 대신 휴대폰을 이용하라’는 말까지 있었을까. 그랬던 휴대폰이 지금처럼 가볍고 날씬한 디자인을 가질 수 있었던 핵심은 바로 ‘소재와 기술의 진보’ 덕분이다. 말하자면 디자인이 예술의 영역에서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재와 기술의 발전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RADO & DESIGN <5> 소재·기술 그리고 디자인

시계 산업의 주요 트렌드, 플라즈마 공법

스위스 시계 브랜드 라도는 혁신적인 소재와 기술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선구적인 브랜드다. 특히 세라믹 소재를 활용하는 데 선견지명이 있었다. 세계적 명성의 트렌드 예측 전문가 리더바이 에델쿠르트는 ‘2015년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라도의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을 ‘현대의 연금술’이라 부르며 시계 산업의 판도를 변화시킬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는 이 리포트에서 “수천 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유서 깊은 소재인 세라믹이 스위스 워치메이커 라도의 손을 통해 내부 깊은 곳에서부터 한없이 은은하고 부드러운 광채를 발산하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소재로 변화되었다”며 “그것은 이제껏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극히 현대적인 소재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델쿠르트가 주목한 소재는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 라도만의 전매특허 공정으로 탄생한 신소재다. 세라믹을 만들기 위한 혼합물에 산화 지르코늄 파우더를 섞어 녹인다. 그 뒤 원하는 형태가 되도록 주형 틀 안에 주입한 후 구워서 몰드를 만든다. 이것을 섭씨 2만 도의 초고온 오븐에서 플라즈마 광선과 함께 구우면 화학 반응에 의해 분자 구조의 변화가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플라즈마 광선을 쏘이지 않았다면 화이트 세라믹이 됐을 제품이 은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메탈 컬러를 띄게 된다. 금속 성분을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마치 메탈처럼 보이는 물질이 되는 것이다.

21세기 연금술의 가장 적절한 사례라 할 수 있는 이 기술은 1998년 라도가 세라미카 컬렉션을 통해 전 세계에 처음 소개했다.

하이퍼크롬 오토매틱 플라즈마 다이아몬드 리미티드 에디션 여성용. 베젤 위에는 56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있다. 38시간 파워 리저브. 가격 835만원.

하이퍼크롬 오토매틱 플라즈마 다이아몬드 리미티드 에디션 여성용. 베젤 위에는 56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있다. 38시간 파워 리저브. 가격 835만원.

변치 않는 컬러, 아시아의 선물 문화와 잘 맞아  

어떤 피부 톤이나 의상 색깔과도 자연스럽게 매치되는 것이 메탈 시계의 장점이다. 더불어 이는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 시계의 장점도 된다. 디자인 트렌드 전문가인 에델쿠르트는 “그레이 컬러와 토프 컬러(회갈색), 메탈과 세라믹, 데이 룩과 이브닝 룩의 성격을 모두 가진 시계로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완벽하게 어울리는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소재인 세라믹 소재의 장점도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의 것이다. 실제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500% 단단하지만 25% 더 가볍고, 스크래치에 강하며, 저자극성 소재로 알레르기 걱정 없고, 착용자의 체온에 따라 반응한다.

특히 플라즈마 공법으로 변화된 메탈 컬러는 코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색이 바래지거나 벗겨지거나 변색되는 일이 없다. 라도의 CEO인 마티아스 브레스찬은 “아시아에선 변치 않는 영원함을 기원하며 선물에 강한 메시지를 담는 ‘기프팅’ 문화가 발달했다”며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의 변치 않는 색은 아시아에서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 제품들. 1, 2, 3 하이퍼크롬 오토 크로노. 오토매틱. 42시간 파워리저브. 타키미터 인그레이빙. 100m 방수. 가격 610만원. 4 트루 블레이즈. 오토매틱. 80시간 파워리저브. 50m방수. 가격 274만원

대표적인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 제품들. 1, 2, 3 하이퍼크롬 오토 크로노. 오토매틱. 42시간 파워리저브. 타키미터 인그레이빙. 100m 방수. 가격 610만원. 4 트루 블레이즈. 오토매틱. 80시간 파워리저브. 50m방수. 가격 274만원

모노블록 케이스와 사파이어 글라스

라도 시계에 구현된 또 다른 혁신 소재와 기술로 ‘모노블록’과 ‘사파이어 글라스’도 빼놓을 수 없다. 모노블록이란, 다이얼은 물론 시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를 감싼 시계 케이스 전체가 일체형인 것을 말한다. 세라믹 소재라 가능한 디자인이자 제작기술이다. 마티아스 CEO는 “우주정거장이나 카레이싱 산업에서나 볼 법한 놀라운 기술”이라며 “각각의 세라믹 피스 안에 들어 있던 스틸이 없어지고, 세라믹 뼈대와 작은 핀으로 연결되는 구조만으로 케이스가 완성되므로 시계가 더욱 가벼워지고 새로운 시계 셰이프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얼을 덮고 있는 사파이어 글라스 역시 특별한 소재다. 라도와 비슷한 가격대의 시계 브랜드들에선 웬만해서 사파이어 글라스를 사용할 수 없다. 엄청난 강도를 가진 사파이어 원석을 부드럽게 휘어진 듯 깎아내는 기술은 매우 어려워서 가격대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7을 만들면서 깨지지 않는 액정을 만들기 위해 기존 고릴라 글라스 대신 사파이어 글라스 사용을 고려했지만 단가가 5배이상 올라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자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라도는 사파이어 글라스를 생산하는 자회사가 있어서 가격 상승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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