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향 저격 이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58호 04면

깊어가는 가을밤, 문득 어머님이 좋아하셨던 노래 ‘바보처럼 살았군요’가 듣고 싶어져 유투브를 찾았습니다. 가수 김도향의 진득한 목소리도 애절하거니와 지난해 슈퍼스타K에서 우승한 ‘지리산 소년’ 김영근의 음풍농월하는 청아한 목소리 역시 귓전에 감기더군요.

editor’s letter

그런데 다음날 다시 유투브를 접속했더니, 초기 화면부터 ‘바보처럼 살았군요’가 주루룩 떠있더라고요. 이종용, 마마무의 솔라 등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부터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7080 추억의 발라드’ 등 관련 영상까지 다채로웠는데, 순간 저는 다른 사람 특히 디지털 세상속 인공지능에게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괜시리 찜찜했습니다. ‘이런 거 좋아했구나. 그럼 이것도 좋아하겠지?’하고 묻는 듯한 목소리가 제 감성을 좌지우지하려는 듯 해서 말이죠.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만 보고 알게 되는 세상이 과연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야 조금이라도 균형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취향만 저격하는 세상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개념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만난 어떤 작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일부러 내 취향과 다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편향된 정보만 얻게 되거든요.”

스마트폰으로 관심 뉴스만 보지 말고 종합적으로 편성된 신문을 읽어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