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베스트] 내 삶을 찾고 싶다면 포기를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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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10월 출간된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 표지

신경 끄기의 기술 표지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갤리온

속어이지만 힙합에 종종 등장하는 ‘don’t give a f*ck’이란 말이 있다. ‘신경 꺼’란 뜻이다. 이 책의 원제가 바로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이다. 제목이 뭐 이렇게 가벼운가 싶다. 게다가 저자 나이가 서른세 살이란다. 그런데 이 ‘젊은이’가 서문에서 쓴 문장을 읽고 흠칫했다. “‘난 뭘 하며 살아가고 싶은 거지?’ ‘내가 잘하는 게 뭐지?’ 내게 이메일로 이런 질문을 해 오는 사람 중엔 40대와 50대도 있다….”

저자는 요즘 사람들의 진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인들이 다 같이 ‘정신병’에 걸려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SNS로 허세 문화가 확대됐고, 대중매체는 예외적인 사례를 정보랍시고 쏟아내고 있다. 평범한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환경이다. 그래서 ‘신경 끄기’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리는 것, 우리 인생의 가장 가치 있는 투쟁이란다.

‘신경 끄기’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삶에서 고통과 고난과 실패를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똥 덩어리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똥 덩어리를 찾는” 것이란다. 신경 끄기는 또 자신이 대단히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에서 벗어나 삶의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단다.

그러고 보니 ‘버리기의 기술’은 집안 정리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잡동사니가 쌓여 정작 중요한 물건을 찾지 못하는 공간처럼 우리 삶도 ‘주객전도’ 된 상황일지 모른다. 포기하고, 버리는 게 궁극적으로 내 삶을 가꾸는 기술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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