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5000원권 1600만 장 리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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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조폐공사는 위조방지용 홀로그램이 부착돼 있지 않거나 일부만 부착된 새 5000원권이 시중에서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똑같은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새 5000원권 1681만7000장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리콜 조치는 50년이 넘는 국내 지폐 제조사(史)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 홀로그램 없는 지폐 잇따라 발견=지난달 2일부터 시중에 공급된 새 5000원권은 모두 1억5000만 장에 달한다. 이 중 홀로그램에 문제가 있는 새 5000원권은 지금까지 석 장이 발견됐다.

이번에 리콜대상으로 회수되는 지폐는 시중에 아직 유통되지 않은 채 현재 한은에 보관돼 있는 물량 7000만 장 가운데 일부다. 공사 측은 1장의 전지에 여러 장의 화폐를 동시 인쇄하는 제작방식에 비춰볼 때 이 중 최대 14~24장 정도가 결함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에 유통된 물량 중에서도 문제가 있는 5000원권은 한은에서 교환해 준다.

조폐공사가 이날 리콜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시중에서 홀로그램이 없거나 잘못 부착된 새 5000원권이 잇따라 발견됐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확산되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한 데다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 경매에까지 올리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조폐공사의 지폐 제조 공정상 앞으로도 홀로그램이 없는 지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없나=한국은행 관계자는 "1951년 조폐공사가 설립된 이후는 물론 한은 역사상 이 같은 전례는 없었다"며 "한은으로서는 샘플 검사만 하기 때문에 불량은행권을 공급할 때 일일이 확인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에도 지폐에 오류가 생겨 이를 회수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으로 알려져 이번 리콜이 '화폐 수출국'으로 자부해 왔던 한국의 화폐 제조기술에도 먹칠을 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폐공사는 이번에 리콜은 회수된 화폐를 모두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검사를 통해 문제가 없을 경우엔 한은에 다시 돌려줘 시중에 유통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 측은 아울러 현재 시중에 공급된 새 5000원권은 홀로그램이 없거나 잘못 부착됐더라도 사용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이른바 '에러 지폐'가 종종 나오지만 국내에서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재검사를 한다는 차원에서 리콜을 결정한 것"이라며 "재검사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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