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한 업자가 장악한 서울시내 도로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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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를 담합한 건설업자들과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준 공무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담합한 업자들은 지난 5년간 서울시 전체 도로포장 공사의 70%가량을 독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내 공사면허 보유 업체 10곳 중 8곳 담합 #눈 감아준 공무원들은 대가로 골프접대·금품 받아 #"1993년부터 25년 동안 해왔다" 진술

서울 시내 도로포장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가 시공한 한 도로포장 공사 현장.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서울 시내 도로포장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가 시공한 한 도로포장 공사 현장.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건설업체 대표 고모(39)씨 등 3명과 뇌물수수·직무유기 혐의고 구청 공무원 김모(50)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건설업자 93명과 서울시·구청 공무원 24명 등 11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시와 구청이 발주한 총 661건의 도로포장 공사에 입찰하면서 사전에 업체를 미리 정해 공사를 독점해왔다. 이 기간에 챙긴 공사비용은 4900억여원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은 서울시를 8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했다. 이른바 ‘팀장 업체’를 정해 권역별로 공사에 참여할 업체를 선정했다. 입찰에 참여할 ‘입찰 업체’와 실제 시공할 ‘관내 업체’도 나눴다. 입찰 결과는 상관없이 사전에 미리 정한 업체가 시공했다.

이들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입찰 가격을 비슷하게 냈다. 서울시 전체에서 포장공사면허를 보유한 업체가 410곳인데, 80%인 325개 업체가 이번 사건과 연루됐다. 하지만 실제 도로포장을 시공한 업체는 55개에 불과했다. 서로 면허를 빌려주거나 유령회사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사를 낙찰받은 뒤 일정 비율로 나눠 가졌다. 이른바 팀장 업체들은 관내 업체로부터 평균 5~10% 정도를, 입찰업체는 관내 업체들에 8% 정도를 받고 공사를 넘겨줬다. 실제 시공을 하는 업체는 수수료를 뗀 나머지 80% 정도로 공사를 진행했다.

공무원들은 이런 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골프 접대를 받고, 총 68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담합과 무관한 업체가 낙찰받을 경우 공사를 까다롭게 만들어 포기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경찰이 담합업체로부터 압수한 자료들. 최규진 기자

경찰이 담합업체로부터 압수한 자료들. 최규진 기자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등으로 최근 5년간 비리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지만, 건설업자들이 1993년부터 25년간 불법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며 “시공업체가 적은 비용으로 공사하게 돼 부실시공 위험을 높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담합 행위에 참여한 모든 업체에 대해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다른 관급공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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