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AK소총 40발 쏴댔는데…아군은 무대응, 합참 비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군 1명이 13일 총상을 입은 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을 통해 귀순했다.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병사가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북한군 1명이 13일 총상을 입은 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을 통해 귀순했다.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병사가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이 귀순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병력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군이 JSA 안에서 권총만을 휴대할 수 있다는 정전 협정을 어기고 AK 자동소총을 40발 이상 난사하고, 중무장 병력을 JSA 후방에 집결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1953년 7월 31일 정전협정 추가 합의 사항에 따르면 "군사정전위 쌍방 성원은 민사경찰을 보총과 권총으로 무장한다"고 돼 있다. 보총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총탄 1발 이상을 발사할 수 있는 무기로,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AK 자동소총 같은 자동식 무기를 포함하지 않는다.

◇AK소총 40여발 난사=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13일 오후 3시 15분쯤 JSA 북한 쪽에서 지프 한 대가 군사분계선(MDL) 방향으로 돌진했다. 귀순병사가 몰던 지프였다. 이 지프는 MDL 북한 쪽 10m 지점에서 배수로에 차 바퀴가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지프를 몰던 귀순병사가 차량에서 빠져나와 MDL 남쪽을 향해 뛰자 북한쪽의 판문각 방향에서부터 쫓아오던 북한군 3명이 초소에서 나온 1명과 합류해 귀순병사를 향해 조준사격을 했다. 이들은 정전협정을 거기고 AK 자동소총을 동원해 40발 넘게 총격을 가했다.
한국군과 미국군으로 이뤄진 JSA 경비 대대는 이날 오후 3시 35분쯤 전원 무장을 갖추고 사건 발생 지역에 투입됐다. JSA 지역의 경비는 유엔사령부가 맡고 있고, 경비대대장은 미군이다.

판문점 일대를 맡은 육군 1군단은 1급 경계태세에 들어갔고, 예하 1사단의 증원 병력은 JSA 후방에서 대기했다. 또 공군은 초계 비행 중인 KF-16 2대를 1군단 지역 상공으로 급파했고, 추가로 F-15K 2대를 긴급출격할 수 있도록 무장한 상태로 대기시켰다.

JSA 부근에서 군사대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군은 대응사격 안 해=이 과정에서 한국군의 대응사격은 없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하면 한국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정전협정의 이행을 감독하고 정전협정 위반사건을 협의ㆍ처리하는
군사정전위는 협정 당사자인 유엔사에서 5명, 북한과 중국군 측 5명으로 구성된다.

군 관계자는 "교전수칙에 아군이 위협에 처할 경우 비례적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아군 초병이 총격을 받지 않았고, 총격이 순간적으로 따다다닥하고 지나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이 귀순을 막기 위해 MDL를 넘어왔는지, 귀순병사가 MDL 남쪽에 있는데도 총격을 계속했는지는 아직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북한이 우리 쪽에 총을 쐈는데 우리가 응사했다면 북한군 (귀순)병사의 부상도 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항이었는데, 상황이 지속됐다면 상황을 판단해 응사를 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남북한 간 팽팽한 군사대치는 JSA 경비 대대가 3시 56분쯤 JSA 남측 자유의집 북서쪽에서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귀순병사를 확보하면서 20여분 만에 서서히 풀렸다. 당시 한국군 대대장 등 3명이 아군의 엄호 아래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병사를 20m 끌고 와 안전지역으로 데려갔다.귀순병사는 배·어깨·허벅지 등에 모두 7발의 총탄을 맞았고, 이 가운데 5발만 빼낸 상태다. 송영무 장관은 국방위에서 “위중하지만 생명은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바뀐 합참의 설명=사건 발생직후인 13일 합동참모본부는 ‘귀순 북한군이 MDL을 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없고, 북한군의 조준 사격이 JSA 남측 지역까지 날아온 피탄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설명은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송 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귀순과정을 다 관측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 장관 발언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 북한군이 AK소총으로 40여발을 난사한 사실 등은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송장관은 또 “(총알이 남측 지역으로 넘어온) 피탄 흔적이 있었느냐”는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있다”고 답했다.군 관계자는 "송장관 발언은 단정적인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라며 "앞으로 군사정전위 조사를 통해 추가로 사실관계를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JSA 내의 CCTV로 정확한 상황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에 처음 브리핑이 부실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