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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듯, 연극인듯…애니메이션에 들어간 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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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골렘' 애니메이터이자 극단 '1927' 예술감독인 폴 배릿. [사진 엘지아트센터]

연극 '골렘' 애니메이터이자 극단 '1927' 예술감독인 폴 배릿. [사진 엘지아트센터]

“연극ㆍ영화ㆍ오페라ㆍ무용 등 기존의 장르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각 요소의 ‘하이브리드’ 방식은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공연을 결합한 신개념 연극 ‘골렘’의 애니메이터 폴 배릿(43)는 “애니메이션을 연극 무대의 하나의 도구로 사용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과 라이브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동시에 준다”고 설명했다.
오는 16∼1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낸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그는 ‘골렘’을 제작한 영국 극단 ‘1927’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2005년 ‘골렘’ 작가이자 연출가인 수전 앤드레이드와 함께 ‘1927’을 창단했고, 두 사람이 함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앤드레이드는 이번 방한에 동참하지 않았다.

연극 ‘골렘’ 만든 극단 ‘1927’' 폴 배릿 감독 #애니메이션ㆍ연극 결합 독특한 미학 구현 #진흙인형 '골렘' 통해 현대 사회 풍자

2014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골렘(Golem)’은 유대교의 랍비가 만든 점토 인형이 생명을 얻는 이야기인 '골렘(영혼 없이 움직이는 인형'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 ‘로버트’가 어느 날 말하는 점토 인형 ‘골렘’을 갖게 되면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는 이야기를 통해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길들여진 현대 사회를 풍자한다. 초연 당시 “연극의 미래”(‘이브닝 스탠다드’), “21세기 프랑켄슈타인”(더 타임즈) 등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배릿은 “기술을 생산ㆍ소비하고 통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고 이것이 자본주의 병폐와 맞물린다고 생각한다”면서 “‘골렘’을 통해  기술을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극 '골렘' 공연 장면. [사진 엘지아트센터]

연극 '골렘' 공연 장면. [사진 엘지아트센터]

연극 '골렘' 공연 장면. [사진 엘지아트센터]

연극 '골렘' 공연 장면. [사진 엘지아트센터]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는 상황을 경고하는 ‘골렘’은 역설적으로 가장 도구화된 인간을 이용하는 작품이다. 살아있는 배우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부분이 된 듯 영상ㆍ음악의 타이밍에 맞춰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배릿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를 구속한다. 우리 모두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연기 방식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극단 이름 ‘1927’에도 그러한 역설이 숨어있다. ‘1927’은 유성 영화가 처음 등장한 1927년에서 따왔다. 배릿은 “어두운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시대가 시작되면서 연극적인 요소가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적인 요소와 연극적인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극단을 만들면서 두 요소의 본격적인 분리가 시작된 시기를 극단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극단 ‘1927’이 제작한 작품은 모두 다섯 편이다. 첫 작품 ‘비트윈’(2007년)을 시작으로 빈부격차 문제를 다룬 ‘동물과 아이들이 거리를 점거하다(2010년), 2012년 베를린 코미쉬 오페라와 함께 만든 ‘마술피리’, 그리고 이번 방한 작품 ‘골렘’(2014년)에 이어 최근엔 발레 ‘페트로슈카’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을 완성했다. 모든 작품의 애니메이션을 혼자 수작업으로 제작한 배릿은 “‘1927’ 작품들의 공통 주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불공평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내용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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