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닌데…' 수년째 오해받는 대치동 학부모들

중앙일보

입력

최근 3년간 수능 때가 다가오면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사진 한장이 있다.

해당 사진을 보면 "수능 수학 만점자 전국확산 결사반대!"라는 광고 문구가 버스에 붙어 있다. 그 아래에는 '대치동 고등학생/학부모 연합'이라고 쓰여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해당 사진은 대치동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일그러진 형태로 나타난 안 좋은 예시로 자주 인용된다.

2018 수능 시험을 목전에 둔 최근 며칠 사이에도 몇몇 온라인커뮤니티에 해당 사진이 올라오며 네티즌들의 빈축을 샀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런 광고를 실제로 대치동 부모들이 낸 것이냐" "저런 광고를 대체 왜 하는 거냐"며 비판했다.

그런데 사실 '대치동 고등학생/학부모 연합'은 존재하지 않는 단체다. 해당 광고는 2014년 한 온라인 입시교육업체가 내걸었다고 한다.

당시 SBS의 취재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수능이 끝난 후인 12월 서울의 시내버스 300여 대에 부착됐다.

당시 광고를 본 많은 시민이 "어떻게 대치동 부모들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시험이 너무 쉽다 보니까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한테 효과를 낼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었다"라며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취재 결과 해당 광고는 한 온라인 입시교육업체가 호기심을 끌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의 지역 격차를 줄이겠다는 뜻을 비틀어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당시 해당 광고를 집행한 광고사 직원은 "솔루션(해법)이 되고자 하는 뜻의 티저 광고였는데, 오히려 물의를 일으킨 것 같다"며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시 온라인상에서 해당 광고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부착한 지 이틀 후에 해당 광고를 떼어 내도록 조치했다고 알려졌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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