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배 유독 살충제 시비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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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한국에 대한 양담배 시장 개방확대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양담배의 유독 살충제 과잉 잔류 논란이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지 보도에 따르면 굴지의 한 양담배제조회사 제품에서 지나치게 많은 유독 살충제 잔류물질이 10여년 전에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물질이 동물체내에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작년 10월까지 사용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문제회사의 담배를 장기간 흡연, 폐기종과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가족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과정에서 원고 측 증인들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최근 재판에서 문제 담배제조회사의 조사·개발팀 책임자는 증언을 통해 일반판매용 담배에 사용되는 엽연초에는 문제의 살충제인 DDVP를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DDVP 사용 사실 자체는 시인했다.
한편 이 회사에서 정비공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다른 증인은 매일 밤 엽연초와 심지어 궐련에 정기적으로 DDVP를 살포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증인은 밤마다 청소부들이 공장 내 마루바닥과 기계에 흩어진 엽연초 가루를 쓸어모아 궐련제조에 재 사용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이 회사에 32년간 근무했다는 이 증인은 현재 거의 실명상태인데 본인은 그 원인이 DDVP 살포 등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더구나 원고 측 변호사는 동회사의 문제담배 흡연자는 DDVP 뿐 아니라 DDT·TDE·엔드린 등 최소한 세가지의 위험스런 화학물질을 들이마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측 변호인은 문제의 담배공장은 대부분의 식품처리 공장보다 깨끗하고 DDVP가 사망자의 암을 유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원고 측 증인은 회사측에 불만을 품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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