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활기 띨 북방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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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산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 오던 한국의 북방 정책은 새해 들어 다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게 될 조짐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7년여만의 미 소 관계의 개선, 중 소 관계의 점진적 개선, 88올림픽의 공산국가 참여,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등 한반도 주변 정세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관계 당사국에도 긴장 완화에 큰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이 기대에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의 태도다.
이러한 대세를 북한이 내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긴장 완화의 완급과 정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관측으로는 북한을 지원하는 소·중공이 자기네 내부적인 필요에 따라 서방 진영과의 관계 개선, 더 나아가서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까지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북한도 그러한 테두리 안에서 자체의 체제를 적응시키면서 남·북한 관계를 다시 정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공과 소련에 관한한 한국에 대해서는 이미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체제 개편을 통해 국민 생활 수준 향상을 꾀하고 있는 중 소 두 나라는 경제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치적 접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신호를 많은 경로를 통해 보내고 있다.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아시아 중시정책은 이미 지난해의 『소련도 태평양 국가』라는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아시아 집단 안보 협력 회의 구상으로 연결되는 소련의 정책은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참여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한국이 포함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 소련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게 될 시베리아 개발 계획에는 장기적으로 보아 한국의 숙련된 노동력과 일부 자본 참여도 불가피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공과의 관계에 관한한 이미 한국과의 비공식적인 3각 무역 실적, 빈번한 스포츠 교류 등 비정치적 접촉의 확대 등을 통해 벌써 상호 무역 대표부 교환 설치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중공 경제 개발의·모델로서 한국이 중공에서 깊이 연구되고 있음은 이미 오래된 일이고 현재의 중공 경제수준과 체제로 미뤄 한국이 가장 적합한 파트너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 소를 비롯한 공산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고, 북한을 제외한 다른 공산국가도 상당히 전진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서방을 포함한 관계 당사국들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그들의 체제 정비에 어느 만큼 협조와 자극을 줄 수 있는가에 따라 한반도 긴장 완화의 시기와 정도가 판가름 날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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