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후보 대기소 된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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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음주 중 개각이 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치인 출신 장관은 모두 대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이재용 환경부 장관(대구),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충남),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경북)은 교체가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도 10여 명이 지방선거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미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을 입각시킬 때부터 경력관리용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지방선거에까지 장관 감투를 내세워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국민이 투표해 뽑아준 정권이지만 장관직을 주머니돌처럼 마음대로 나눠주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다. 국무회의를 출마자 대기소로 만들어 놓고 무슨 국정을 논의하며, 거기서 논의한 내용이 정권보다 나라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번에 거론되는 사람들을 보면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 떨어지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장관 자리를 주고, 또다시 그에 대한 보은으로 출마를 하는 회전인사가 일상화되는 느낌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국민이 떨어뜨린 후보들을 끌어다 정부 요직에 앉히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 가운데 이재용.추병직 장관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대구 방문에도 따라갔다. 정 의장의 지역 언론 간담회 자리에서 이 장관은 "지방권력을 교체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대구.경북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연설까지 했다니 장관인지 시장 후보인지 알 수가 없다. 추 장관은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도 참석했고, 오거돈 장관은 26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매주 주말이면 부산에 내려간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해 "부정과 반칙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패배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나 지당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일부 장관의 행동이 불법이 아닌지부터 엄밀히 따져야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기고,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묵인하면서 누구를 단속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