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망해도 좋다는 열정 정말 눈이 부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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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질투하라 행동하라
김현진 지음
도서출판 ㈜한국씨네텔

불온서적입니다. 적어도'대학만 보내면…'하는 마음에서 자녀 뒷바라지에 매달렸던 부모들이 보기엔 그럴 수 있습니다. 학점이나 토익점수 잘 받아서 졸업 후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별난 대학생 14명의 눈물과 땀, 그리고 방황과 꿈을 담았습니다. 획일성을 거부하는 뚜렷한 주관,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열정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는 자못 눈부십니다. 대학 진학이란 목표를 달성했든, 못 했든 대학이 인생의 종점은 아닙니다.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도 하나뿐은 아닙니다. '남들처럼…'이란 명분 속에 휩쓸려 갈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주체적이고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편 영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로 각종 영화제를 휩쓴 학생은 "인생은 남보다 빨리, 먼저 성공해야 하는 속도전이 아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배우고 싶은 걸 배우기 위해" 영화과를 졸업하고 다시 문예창작과를 다닙니다. 연극에 빠진 경영학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망해도 후회는 없어요. 한 번이라도 살면서 미쳐 봤다는 것, 뭔가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면. 쫄딱 망해 노숙자가 된다면 저는 즐거운 노숙자가 되겠어요."

끼 넘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배부른 이야기로 들린다고요? 재주 많고 복받은 이들의 느끼한 자랑 같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판정으론 이길 수 없어 KO만 노렸다는 권투선수 출신 재일동포 3세, 집안이 기울어 휴학하고 중국을 오가면서 보따리 장사를 하는 중문과 학생의 치열한 삶도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젊다. 때문에 약하다. 하지만 꿈을 잃지 말자. 파도가 모래를 옮기듯 언젠가는 그 열정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로 데려다 놓을 것이라 믿는다."(국회의원 인턴생활을 하는 휴학생) "의욕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한심해 보여요.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잖아요. 여기서는 그걸 행하기만 하면 되는데…."(통일운동에 나선 탈북자 출신 대학생)

이런 말은 어떤 젊은이에게나 소중할 겁니다. 새봄에 새 출발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슬며시 권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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