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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국민과 위상 추락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송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이 13일 검찰에 출석했다.

’특활비 상납’ 피의자 신분 출석 #박근혜 국정원장 3명 모두 조사 #이병기 “국민께 실망과 심려 송구” #檢 “박근혜 조사 불가피…방식 검토할 것”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오전 9시 30분 이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박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전달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0억 원가량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출두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0억 원가량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출두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전 원장은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아울러 위상이 추락돼 있는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게도 여러 문제로 제가 부담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사실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나온 입장이기 때문에 들어가서 소상하게 진술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청와대 지시를 받았느냐' '특활비를 1억원으로 올린 이유가 무엇이냐' '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발길을 옮겼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2015년 3월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을 지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게 매달 약 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해 총 40여 억 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전 원장이 부임하고 나서 전임자인 남재준 전 원장 때의 월 5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액수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집중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전직 국정원장 3명.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전직 국정원장 3명.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 [중앙포토]

앞서 소환된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은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3월~2014년 5월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재직 남 전 원장은 지난 8일에, 2015년 3월~2017년 6월 이병기 전 원장 후임으로 재직한 이병호 전 원장은 지난 10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이 전 원장 소환으로 박근혜 정부 기간 국정원장 3명 모두에 대한 검찰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뇌물 상납’ 최정점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만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구속영장에 박 전 대통령을 상납금 수수자로 적시한 사실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체적인 조사 방식이나 시점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어 검찰 내부에서는 그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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