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찾은 홍준표 "비난 감수하고 '박근혜 출당' 결행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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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0일 오전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사)아시아포럼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0일 오전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사)아시아포럼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대구를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존경한다"면서도 "과거(박근혜 전 대통령)와는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이후 처음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아서다.

홍 대표는 이날 대구 수성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 21 토론회'에 참석해 "탄핵 재판 자체가 부당하고 심지어 구속 기간 연장까지 하는 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 우파 전체가 궤멸할 상황"이라면서 "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고 결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홍 대표는 3일 “자유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박근혜 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며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결정했다.

이날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정제된 표현을 썼다. 평소 즉흥적 답변을 해왔던 것과 달리 준비한 연설문을 읽었다. 어릴 적 대구에 살았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대구 시민이나 경북도민이 마음이 불편하실 거로 안다. 사랑하고 지지했던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상실감이 컸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 문제로 저와 자유한국당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언급할 때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반면 홍 대표는 안보 문제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평화는 구걸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무장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정권이 들어서고 야당 대표가 미국에서 환영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자신의 최근 방미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예정된 10분을 넘겨 30분가량 발언을 했다.

10일 대구 수성호텔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백민경 기자

10일 대구 수성호텔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백민경 기자

홍 대표는 토론회를 마칠 때 다시 한번 발언 기회를 가졌다. 그는 "대구에 오면 마음이 편하고 어떤 말을 해도 받아줄 것 같아 오늘 좀 정제되지 않은 말을 했다. 속에 있는 말을 다 털어놓았다"며 "자유한국당을 다시 한번 밀어주시길 바란다. 지역 주민들의 뜻에 반하지 않게 잘하겠다"고 했다.

홍 대표에 반대하는 시위도 있었다. 토론회 시작 전부터 수성 호텔 주변에 시민 50여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면서 "홍준표! 배신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도 참석한다. 본래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페이스북에 친박계를 겨냥해 "박근혜 청와대를 믿고 패악 부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 무얼 믿고 철부지 행동을 숨어서 하고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박근혜만 보고 가는 해바라기 정치를 계속한다면 국민과 당원들이 잔박들을 심판을 할 것이다. 명심하라"고 적었다.

대구=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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