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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찬 실전 2시간 만에 사고 난 라스베이거스 자율주행버스

중앙일보

입력

‘유흥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야심차게 첫 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버스가2시간도 안 돼 멈춰섰다.

화려한 세리머니 후 교차로에서 트럭과 접촉사고 # 운전대도 브레이크 페달도 없이 완전 자율운행 # 메뉴얼 완벽해도 상대방 과실에 의한 사고 막지 못해

AP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10시 거창한 공식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라스베이거스 호텔ㆍ카지노 밀집 거리인 스트립에서 운행을 시작한 교차로에서 작은 트럭과 접촉사고가 났다. 버스의 왼쪽 앞부분과 트럭의 오른쪽 앞부분이 충돌했다. 차량에 타고 있던 승객 12명은 다치지 않았다. 상대방 트럭 운전사도 부상하지 않았고 버스의 범퍼만 손상을 입었다.

자세한 사고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제작사 측은 사고의 책임이 상대방 차량 운전자의 과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버스는 전기충전식이며 운전대나 브레이크 페달 등 사람이 직접 작동하는 운전 장치가 없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운행 코스를 지정할 수 있고 버스에는 센서가 있어 장애물을 감지하며 승객들이 차를 세울 수 있도록 비상버튼이 설치돼 있다. 버스 앞에 사람 등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나면 경적을 자동으로 울리는 시스템도 갖춰졌다. 다만 제작사의 엔지니어가 탑승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운행 상태 등을 체크한다. 이 버스는 12인승이며 최대 시속 25마일(약 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평상시 시속 15마일 정도로 달리도록 돼 있다.

충돌한 라스베이거스 자율주행버스와 트럭. [트위터 캡쳐=연합뉴스]

충돌한 라스베이거스 자율주행버스와 트럭. [트위터 캡쳐=연합뉴스]

제작은 프랑스의 자율주행차량 스타트업(창업) 기업 나바야가 맡았다. 지난 1월부터 라스베이거스 거리, 미시간 앤아버대학 캠퍼스 등에서 두 달가량 시범운행을 거쳤다.

이 버스는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대신 미자동차클럽(AAA)이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해 탑승객 1명당 1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나비야 측은 사고의 원인이 자율주행차에 있지 않기 때문에 운행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라스베이거스 시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프랑스에서 ‘아르메’라는 이름으로 운행되고 있는 이 자율주행버스의 대 당 가격은 26만 유로(약 3억4000만원)다. 현재 파리는 물론 프랑스 리옹과 스위스 시옹, 호주 퍼스, 카타르 도하 등지에서 트램 정거장 이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자율주행버스 운송회사 트랜스데브가 태우는 하루 평균 탑승객은 3000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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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와 같은 완전자율차량의 사고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신고됐다. 당시 구글이 시범 운행 중이던 자율주행차량과 도로를 주행하던 밴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율주행차량의 측면이 심하게 손상됐지만, 자율주행차 탑승자와 밴 운전자의 부상은 없었다. 조사 결과 신호를 무시한 상대 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와 라스베이거스 버스 사고는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주행하기 위한 매뉴얼을 갖춰도 다른 차량의 잘못으로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연구기관 ‘랜드 코퍼레이션’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이 완벽해지길 기다리기보다는 사람보다 나은 수준이기만 하면 최대한 일찍 자율주행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의 성능이 인간보다 10% 정도 더 나은 수준에 도달하는 때를 2020년으로 예상했다. 이때 자율주행을 도입할 경우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사망자 수를 110만명이나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연구소는 예상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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