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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이정협 VS '생선장수' 바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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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표팀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 [사진 바카 인스타그램]

콜롬비아 대표팀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 [사진 바카 인스타그램]

'흙수저' 이정협(26·부산 아이파크)과 '생선장수 출신' 카를로스 바카(31·비야 레알).한국과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공격수가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FIFA랭킹 62위)은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13위)와 평가전을 치른다. 콜롬비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 4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남미의 강호다.

콜롬비아 공격수 바카는 인생역전 주인공이다. 그는 20대 초반까지 콜롬비아에서 생선을 팔고 버스 검표원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축구를 포기하지 않은 그는 아틀레티코 주니오르(콜롬비아), 브뤼헤(벨기에)에서 득점감각을 뽐냈다. 이후 스페인 세비야, 이탈리아 AC밀란, 비야레알 등을 거치면서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A매치 40경기에서 13골을 기록했다.

콜롬비아는 바카 혹은 두반 사파타(삼프도리아)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할 전망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바카는 기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표범처럼 공간을 침투하거나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골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한국수비가 적극적이고 투지넘치는 플레이로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이정협(오른쪽)이 2016년 3월2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모습. [사진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이정협(오른쪽)이 2016년 3월2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모습. [사진 대한축구협회]

이정협도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그는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 깜짝 발탁돼 2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군팀 상무 소속이었던 이정협은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란 별명 얻었다.

이정협은 어릴적 가난 탓에 축구를 포기할뻔했다. 그의 어머니는 부산 인근 식당에서 15년 넘게 일했고, 아버지는 시멘트 화물선원이었다. 이정협은 남이 신었던 축구화의 스터드를 갈아서 신은 적도 있다.

이정협은 2002 월드컵 때 붕대투혼을 보여줬던 황선홍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2015년 안면복합골절 수술을 받은 뒤 재활까지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두달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산에서 뛰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죽기살기로 뛰는 이정협을 뽑았다. A매치 18경기에서 5골을 터트린 이정협은 지난 3월 이후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대표팀에 2부리그 공격수가 어울리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야한다. 이정협은 선발 혹은 조커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공격수 이정협이 지난달 14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고 조진호 감독의 사진 현수막으로 달려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부산 공격수 이정협이 지난달 14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고 조진호 감독의 사진 현수막으로 달려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이정협은 지난달 10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스승' 조진호 부산 감독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정협은 지난달 14일 수원FC와 리그 경기 중 골을 터트린 뒤 조진호 감독 현수막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5일 수원 삼성과 FA컵 준결승에서는 동점골을 터트려 결승행을 이끌었다. 조 감독이 생전에 강조했던 논스톱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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