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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년 우주 역사의 비밀 풀어라- 세계 천체망원경들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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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사막에 설치될 거대마젤란망원경

칠레의 사막에 설치될 거대마젤란망원경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 중에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우리는 이것을 알아내기 위한 탐험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칼 세이건의『코스모스』)

자싱최대 규모 거대마젤란 망원경 #2026년 칠레 캄파나스에 완공 #허블 우주망원경 후속 제임스웹 #지구서 150km 떨어진 곳에 설치 #사람 눈에 보이는 천체는 극히 일부 #전파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 #다양한 전자기 파장 관측 망원경들 등장

우주 심연(深淵)의 비밀을 풀기 위해 세계가 경쟁하고 있다. 더욱 멀리, 더욱 뚜렷이 보기 위함이다. 길어야 100년을 사는 인간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빛의 속도로 달려도 100억 년 이상 걸리는 우주 저 너머의 아득한 별도, 지구 밖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생명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때로 앞다퉈 거대 천체망원경 제작을 경쟁하고, 때로 힘을 모으기도 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지난 6일 한국천문연구원은 길지 않지만 의미심장한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천문연을 비롯해 세계 11개 파트너 기관이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기구(GMTO·Giant Magellan Telescope Oraganization)가 세계 최대 광학반사망원경인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의 다섯 번째 반사경 제작을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망원경 하나에 1조원이 투입될 이 거대 프로젝트는 2026년에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라스 캄파나스에 설치될 GMT에는 지름 25.4m의 역대 최대 규모 반사경이 들어간다. 지름 8.4m짜리 반사경 7장을 벌집 모양으로 연결한 형태다. 광학망원경은 천체에서 오는 빛을 담는 그릇인 렌즈나 반사경이 크면 클수록 성능이 뛰어나다. GMT는 대기권으로 둘러싸인 지상에 있지만, 그 규모 덕분에 지구 상공 610㎞ 위에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최대 10배 선명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박병곤 천문연 박사는 “GMT로 역사상 가장 먼 별과 은하의 빛을 관찰해 우주 탄생 초기까지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에는 이미 퇴역 시기도 지나버린 올해 27살의 허블 우주망원경을 대신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려진다. 눈으로 보이는 가시광선을 관찰하는 광학망원경인 허블과는 달리, 제임스웹은 천체가 내뿜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적외선망원경이다. 이를 통해 약 135억 년 전 최초의 별을 찾는 것이 주 임무다.

허블우주망원경

허블우주망원경

지난해 9월 완공한 중국의 톈옌(天眼·하늘의 눈)은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이다. 구이저우성(貴州省) 외딴 산림지대에 설치된 이 망원경의 반사경은 지름이 500m에 달한다. 면적으로 따지면 축구장 30개를 합친 규모다. 톈옌은 우주 안에 존재하는 중성수소가스, 펄서 행성, 성간 물질 등을 탐사해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는 데 활용된다. 외계 행성 간에 있을 수 있는 미세 통신 신호를 포착해 외계 생명과 문명을 찾는 일도 할 예정이다. 중국국가천문대는 지난달 초 톈옌이 지구에서 1만6000광년 떨어져 있는 곳의 새로운 중성자별 2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국 톈옌 전파망원경. 지름 500m로, 세계 최대다.

중국 톈옌 전파망원경. 지름 500m로, 세계 최대다.

사실 천체망원경은 우주의 먼 곳을 관찰하는 도구지만, 엄밀히 얘기하자면 먼 곳의 과거를 보는 도구라고도 할 수 있다. 우주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가 ‘광년(光年·light year)’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광년 거리의 별이라면, 초속 30만㎞인 빛의 속도로 달려 10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지구에서 관측하는 10광년 거리의 별빛은 10년 전의 빛인 셈이다. 성능이 뛰어나 더 먼 곳을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일수록, 사실은 더 오래된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지상의 천체망원경은 일반적으로 약 20억 년 전, 허블 우주망원경은 80억~120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약 137억 년으로 추정되는 우주의 역사 속 첫 천체(별)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임스웹과 톈옌에서 알 수 있듯, 우주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눈은 흔히 빛이라 부르는 가시광선만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전자기파 중 파장의 길이가 가장 긴 것을 전파라 부르고, 이후 파장이 짧아지는 순으로 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감마선이 있다. 이 중 광학망원경은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별들이 내뿜는 다양한 길이의 전자기파는 각각의 파장에 맞는 망원경이 있어야 관측할 수 있다.

블랙홀이 대표적 예다. 과학자들은 빛을 포함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을까. 블랙홀은 X선만 방출한다. 따라서 X선을 검출하는 망원경이라면 블랙홀을 관찰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주취안(酒泉)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로켓에 중국의 첫 X선망원경인 ‘후이옌(慧眼)’을 실어 우주로 올려 보냈다. 후이옌의 주 임무는 블랙홀과 중성자별, 기타 극도의 에너지 현상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은 전자기파의 극히 일부인 가시광선일 뿐이다. 같은 대상(천체)이라도 전자기파의 종류에 따라 형태가 달리 나타난다.

.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은 전자기파의 극히 일부인 가시광선일 뿐이다. 같은 대상(천체)이라도 전자기파의 종류에 따라 형태가 달리 나타난다.

지난달 중순 국제공동연구팀이 최초로 성공을 알린 중성자별 충돌 관측은 다양한 천체망원경이 협업한 결과였다. 처음엔 미국 라이고(LIGO) 중력파연구단이 중력파를 검출하면서 중성자별 충돌이 파악됐다.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 한국천문연구원의 광학망원경(KMT-Net) 등이 차례로 관측에 성공하면서 정확한 중성자별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천체망원경은 언제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역사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장인 한스 리페르헤이가 안경렌즈를 가지고 노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에서 힌트를 얻어 렌즈 2개로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천체 관측용 망원경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이 망원경은 렌즈를 통한 빛의 굴절을 이용했기 때문에 굴절망원경으로 불린다. 굴절망원경은 먼 천체를 보는 데 단점이 있었다. 가시광선 안에서도 파장의 길이가 다른 색의 빛 때문에 관측 대상의 테두리가 번져 보이는 색수차 현상이었다. 이런 굴절망원경의 단점을 해결한 것이 영국의 물리·천문학자 아이작 뉴턴이다. 그는 빛을 오목거울에 받아 반사한 뒤 다시 평면거울로 45도 꺾어 관찰할 수 있는 반사망원경을 고안해 냈다. 반사망원경은 빛의 굴절 현상이 없기 때문에 대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오늘날의 대형 광학망원경은 대부분 뉴턴에서 시작된 반사망원경이다.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우주 관측은 우주와 인류의 기원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본능적 호기심을 풀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누구나 쓰고 있는 스마트폰 속 CCD(이미지센서)가 우주 망원경의 천체 관측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것처럼 수많은 과학기술이 천문관측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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