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빈 참치캔에 식품 장기 보관, 물 1.8L 써도 깨끗한 좌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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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하나로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LED 램프, 유해 물질 걱정 없는 미니 화덕 조리기구….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결합한 친환경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친환경 제품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마련한 ‘혁신형 에코디자인(Eco-Design) 전시관’에서 선보였다.

혁신형 에코디자인 10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구온난화와 자원 고갈, 환경 안전문제 같은 범지구적 환경문제를 예방·해결할 수 있는 환경기술을 개발하는 환경부 산하 준정부 기관이다. 환경산업을 키우고 국민의 친환경 생활을 유도해 환경보전과 경제 발전, 국민 보건과 안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을 지키고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에코디자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에코디자인’은 원료 채취→수송→사용→폐기 등 제품 생산부터 제품이 폐기될 때까지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환경오염물질 배출)를 줄이는 설계 방식이다. 벤처·중소기업이 내놓은 창의적이면서 환경친화적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품화할 수 있도록 시제품 개발, 사업 홍보, 관련 분야 사업자와의 연계 등을 지원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에코디자인 사업 중에서도 ‘혁신형’ 에코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의 에코디자인 방식에서 한 걸음 더 진화한 개념이다. 기존 에코디자인 방식이 단순히 환경부하 저감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혁신형 에코디자인은 환경부하를 줄일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 성능 개발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생산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1회용 건전지의 경우 기존 방식에선 건전지의 생산 단계에서 유해 물질 사용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혁신형 에코디자인 사업을 통해 개발한 제품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전용 건전지가 들어 있는 리모컨·장난감을 잠들기 전 샐러드 볼 모양의 무선 충전패드에 넣어두면 다음 날 아침에 충전이 끝나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매번 건전지를 뺐다 넣었다 하는 수고로움은 필요 없다. 이렇게 개발한 전용 건전지 1개는 1회용 건전지 500여 개를 대체할 수 있다. 혁신형 에코디자인의 환경보호 효과다.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서 선보인 혁신형 에코디자인 ‘멀티 식물 재배기’ [사진 한국환경 산업기술원]

혁신형 에코디자인 사업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우수한 친환경 아이템을 공모·선정해 시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개발된 시제품은 전시회나 관련 설명회에 선보이고 투자자·바이어와 접촉할 수 있다. 이후 사업화에 도달한 아이템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친환경 인증 획득까지 지원한다. ‘환경 중소기업의 육성’과 ‘녹색소비시장의 확대’라는 사업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

친환경 우수 아이디어 선정

올해 진행한 혁신형 에코디자인 사업 공모엔 혁신적인 사업화 아이디어가 90건 넘게 접수됐다. 3단계의 평가 절차를 통해 아이템 10건을 선정했다. 이들 모두 환경을 창의적으로 지키는 방식을 자랑한다. 예를 들면 고추·가지·파프리카·쌈채소·새싹삼을 식물 특성별로 가정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멀티 식물 재배기’는 가정주부의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진 아이템이다.

가정의 프린터는 사용하지 않을수록 고장 나기 쉽고 잉크 교환에 비용 소모가 많다. 이번에 선정된 아이템인 ‘복합기 공유 서비스’는 인쇄가 필요할 때만 아파트 단지의 도서관이나 주변 편의점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쇄물을 출력하는 방식이다. ‘식품 보관용 진공 시스템’은 분유통·참치캔·유리용기·와인병 같은 다양한 용기에 식품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물 1.8L만 사용해 배관이 막힐 염려 없이 안정적인 배수가 가능한 좌변기, 화학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식자재에 묻은 농약을 95% 이상 제거할 수 있는 식자재 세척기 등 다양한 혁신형 에코디자인 제품이 선정됐다. 이들 제품은 최종 평가를 거쳐 다음달 시상과 함께 ‘에코디자인 정보시스템’ 사이트(www.creativegreen.re.kr)에 공개될 예정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