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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제주어린이들이 제주어로 부른 뮤지컬 들으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도 중 활기차게 웃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도 중 활기차게 웃고 있다. 최충일 기자

“고치글라 고치가게 무사 경햄시냐”(같이 가요 함께 가요 생각해봐도 모르겠네)
“풀어 불라 설러 불라 경 허지 마랑”(기분 풀어 날려버려 그러지 말고).
제주어로 만들어진 동요 ‘고치글라 고치가게’의 노래가사다.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어린이 합창단 뮤지컬 도전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 작년 15명이던게 최근 32명으로 #6~13세 단원, 제주어 어렵지만 시종일관 웃음 잃지 않아 #매주 토요일 노래· 연기연습은 물론 제주어 배우기도 한창 #제주를 제주답게 표현하는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자 창단 #일본 제주4·3 위령제 참석해 제주어 노래 불러 큰 박수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잊혀져가는 제주의 소중한 문화 자산인 ‘제주어’로 노래하는 소년·소녀들이 있다. 제주지역 어린이 단원 32명이 활동하고 있는 ‘제라진 소년소녀 합창단’이다. ‘제라진’은 ‘제대로 된’이란 의미의 제주어다. 제주인들에게는 정겨움을, 제주어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제주어의 색다른 매력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제주어는 제주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다. 단순히 지역 방언의 차원을 넘는 가치를 부여해 부르는 이름이다.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 중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 중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오후 1시 제주시 삼도2동의 공공문화 예술공간 ‘이아’의 지하 1층 연습실을 30여 명의 제주지역 아이들이 가득 채웠다. 매주 토요일마다 유아원에 다니는 6살부터 중학교 입학을 앞 둔 13살 아이들까지 한 무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깔깔깔” “하하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어린 학생들이 주인공이다보니 꽤 자유스러운 분위기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자 연습실 분위기가 바뀐다.
제라진 소년소녀 합창단의 이애리(45·여) 단장이 ‘제라진’을 외치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움직임이 그대로 멈추며 ‘합창단’을 외친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여전히 왁자지껄이다. 이 단장이 아직 떠들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콕 집어 부르자 그제서야 연습준비가 완료됐다.

첫 연습 시간은 안무 연습시간. 아이들이 공연 때 움직여야 할 단체의 동선과 개인 율동을 연습했다. 지난해 첫 정기 공연때는 단순히 제주어로 합창 공연을 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10일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센터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합창은 물론 첫 제주어 뮤지컬 상연에 도전하기 때문에 안무 연습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제주 제라진 합창단의 올해 정기 연주회 포스터.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제주 제라진 합창단의 올해 정기 연주회 포스터.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뮤지컬 이름은 ‘오늘 해원 덩삭했쪄’(오늘 하루 행복했어). 엄마가 해녀인 섬 소녀 서진이가 제주 자연 속에서 보내는 일상을 노래와 함께 엮은 40분 길이의 공연이다. 어린 친구들이 노래와 연기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만큼 담당 선생님들도 지난해보다 더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제주 제라진 합창단. 최충일 기자

제주 제라진 합창단. 최충일 기자

아이들의 안무는 박제헌(42·여) 부지휘자가, 연기는 제주세이레극장 정민자(57·여) 대표가 지도하고 있다. 생생한 피아노 반주는 표성은(27·여) 연주자가 해준다. 뮤지컬 주인공 서진이 역을 맡은 김가온(제주 아라초4)양은 “주인공역이 부담스러웠지만 선생님들의 지도와 도움으로 용기를 내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 단원들은 연습을 하면서도 모르는 제주어가 나오면 즉각 손을 들고 “선생님, 이 단어는 어떤 뜻이에요”라고 질문한다. 이 단장은 물론 다른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제주 제라진 합창단. 최충일 기자

제주 제라진 합창단. 최충일 기자

이번 뮤지컬의 주요배역인 선생님 역을 맡은 홍수현(제주 외도초 6)군은 “제주어가 어렵지만, 틈날 때 마다 선생님들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질문을 해 자연스러운 억양을 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으로 2013년 제주로 이주한 합창지휘 전문 음악가 이애리씨가 2015년 9월 이 합창단을 창단했다. “제주에 오자마자 문화충격이었죠. 나이드신 어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마디도 못 알아 들었어요. 제주에서 살려면 제주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 이후 제주어에 푹 빠져 합창단까지 구성했다.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월 제주 제라진 합창단의 일본 오사카 공연에서 이애리 단장이 공연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지난 4월 제주 제라진 합창단의 일본 오사카 공연에서 이애리 단장이 공연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이 단장의 남편이 종교인이자 시인 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제주어 동요를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단장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음악교육을 담당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제주어를 하나둘 배워가는 재미를 느꼈다”며 “이때 제주를 제주답게 표현하는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보자는 뜻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열린 제주 제라진 합창단 일본 오사카 공연.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지난 4월 열린 제주 제라진 합창단 일본 오사카 공연.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제라진 소년소녀합창단은 올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4·3 위령제와 제주포럼 등 각종 국제행사에서 ‘제주어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오사카에서 열린 4·3 위령제에 참가해 재일제주인, 재일한국인 앞에서 제주어 합창을 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지난 10월에는 오사카에 세워질 예정인 4·3위령탑 건립비로 써달라며 오사카4·3유족회에 지난해 정기공연 때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지난 4월 열린 제주 제라진 합창단 일본 오사카 거리 공연.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지난 4월 열린 제주 제라진 합창단 일본 오사카 거리 공연. [사진 제주 제라진 합창단]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큼 안 보이는 곳에서 부모들의 열정도 남다르다.
강선희(41) 자모회장은 “여러 공연에서 아이들이 제주어로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본 관객들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특히 오사카 공연 때 함께 힘을 합쳐 아이들을 잘 돌봐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제주 제라진 합창단 자모회원들. 최충일 기자

제주 제라진 합창단 자모회원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이아 공연연습실에서 제주어로 노래 부르는 제주 제라진 합창단 단원과 선생님들이 정기 연주회 연습을 진행중이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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