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결제 취소하면 바로 환불' 몰라 1600명이 5억 뜯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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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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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악용해 돈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명목으로 약 5억원을 챙긴 대부업자 남매가 처벌을 받게 됐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대부업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심모(41)씨를 구속하고 여동생(35)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심씨 등은 지난해 4월 초부터 올해 4월까지 5200차례에 걸쳐 타인의 명의로 휴대전화 소액결제 후 환불받는 수법으로 1600여명에게 11억8천만 원을 빌려주고 그중에서 선이자 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심씨 등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물품을 살 때, 곧바로 취소하면 현금으로 환급되는 점을 이용했다. 이들은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의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해 인터넷 쇼핑몰 10여 곳에서 김치나 옷가지 등 물건을 구매한 뒤 곧바로 취소해 현금을 돌려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심씨 남매는 환불액을 자신들의 계좌로 돌려받아 선이자 20~30%가량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3만원의 대출을 신청하면, 5만원 어치를 구매하면서 환불금에서 2만원을 챙기고 나머지 금액을 보내는 방식이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20~30대의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이었다. 이들은 소액 결제를 취소하면 현금으로 돌려받는다는 점을 모르고 절반 가까운 액수를 선이자로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통신요금과 함께 청구된 소액결제비 전부를 지불해야 했다.

또 심씨 남매는 친척과 지인 등 타인의 인터넷 쇼핑몰 계정 115개를 구입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계정당 소액결제 한도가 50만원 정도라서 여러 계정을 돌려 사용했다. 이들은 서울 가락동에 사무실을 마련해놓고 '휴대폰 소액결제로 즉시 현금으로 전환해주겠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광고글을 올렸다.

경찰은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심씨 남매가 별도로 보관하던 피해자들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사진 120여건을 압수해 모두 폐기했다.

심씨는 과거에도 같은 수법으로 경찰에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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