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아트센터 4.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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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바다와 강,그리고 운하가 촘촘히 뒤얽힌 물의 도시다. '암스텔 강의 둑'이란 뜻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암스텔 강변의 워털루 광장의 중심은 시청사와 한 지붕을 쓰고 있는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극장이다. 어둠이 깔리면 극장 로비의 불빛이 물에 반사돼 도심의 색깔을 바꾼다.

시청사와 오페라 극장의 동거는 특이하다. 시청과 오페라극장 건축은 별개의 프로젝트였다. 디자인 아이디어나 설계 공모도 따로 진행됐다. 하지만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두 프로젝트가 통합됐다. 시청사는 행정의 중심이고, 오페라 극장은 문화의 랜드마크다. 모두 도심에 자리 잡아야 할 시설이다.

시청 설계를 맡은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빌헬름 홀츠바우어가 79년 "시청과 오페라극장을 같은 부지에 짓자"는 안을 내놓았다. 오페라극장은 키스 담이 설계를 맡았다. 창문으로 암스텔 강이 보이는 쪽은 오페라극장이 들어섰고 건물 아래로 지하철역을 만들었다. 물기가 많은 토양이어서 300여개의 콘크리트 파일을 땅밑에 박아야 했다.

1986년 오페라극장(1689석)과 시청이 들어선 이곳은 원래 유태인의 마지막 집단주거지역이었다. 바로 옆 골목에는 아직도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벼룩시장이 있다. 중세시대에 지은 건물들을 부수고 지은 오페라극장이라고 해서 '스토페라(Stopera)'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전통과 단절했다는 얘기다. 철거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기도 했고 기초 공사를 시작할 때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청 안내 표지판이 없다면 건물 전체가 오페라극장인 줄로 착각하기 쉽다. 번듯한 단독 건물에 시청을 짓지 않고 도심의 요지를 오페라극장에 내준 것이다. 국립 오페라단, 국립 발레단, 국립 무용단, 홀랜드 심포니에타가 상주 단체로 활동 중이며 300여명의 스태프가 근무하고 있다. (www.muziektheater.nl)

암스테르담=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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