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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성이 경쟁력 핵심 … 인사관행, 직업훈련체계 리셋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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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산업4.0시대에는 지식과 정보의 창출, 그 활용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인이다. 인공지능(AI)의 부상이 대변하듯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 혁신은 경쟁의 본질을 바꿨다. 과거 한국은 선진국이 개발한 기초기술을 연결하고 융합해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초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응용기술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난관에 봉착했다. 따지고 보면 장기간 지속되는 낮은 성장률과 산업구조 고도화 지체 현상은 우리 경제의 혁신 역량 부족에서 기인한 셈이다. 창의성 강화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수직적·관료적 기업문화를 창조와 혁신시대에 적합한 수평적 조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더불어 기업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 개발 체계를 갖추고 이들의 창의성을 공정과 제품 혁신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지식과 대인관계 중시형 인사 #혁신성·창조성으로 개편해야 #생애주기 고려한 평생훈련 필요

창의 인재의 적시 공급이 없으면 산업구조의 급속한 변화에 대처하기 힘들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으로 인력 구성이 급변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예상되는 산업·사회구조 변화에 대비할 인적 자원 개발 고도화 전략도 세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사관리 관행과 직업훈련 체계의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 기업은 전문지식과 대인관계 능력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외국 선진 기업은 인재를 발탁하거나 기존 직원을 핵심 인력으로 육성할 때 기업가적 역량, 혁신성·창조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즉 한국 기업은 인재상을 현실 적응에 두고 있고, 외국 선진 기업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도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그를 바탕으로 한 근로자와 국가의 발전가능성을 생각할 때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일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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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고려할 때 직업훈련 체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의존하는 1970~80년대식 생산방식에 맞춘 직업훈련 시스템으로는 개개인의 창의성을 토대로 혁신을 일으키는 산업4.0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향후 직업훈련 체계를 근로자 스스로 생애주기별로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돕는 시스템으로 리셋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의 직업 능력 개발정책은 겉으로는 평생직업 능력 개발 체계 확립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론 사업주와 실업자로 분리해 운영하는 실정이다. 자격요건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산업4.0시대에 맞는 평생직업 능력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연령·직업·소득·경력과 같은 수요집단의 특성을 따져 차별화된 지원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분산적 직업훈련 제도를 생애주기에 맞춰 취업 전 정규 교육과 노동시장 진입 후 직업훈련을 연계시켜야 한다. 비정형·비공식 분야에 대한 훈련 지원과 재훈련, 향상훈련 같은 다양한 체계 구축도 절실하다. 언제든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