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팀 출신 삼성 AI 개발자, "곧 AI 삼국시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원래 목적은 사람을 이기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대학 시절 바둑 게임을 만든 것도 그래서였다. 엄청난 바둑의 변수를 이해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공부했고, 더 깊숙이 파고들다 머신러닝(기계의 자기 학습 방법) 연구에 접어들었다. 애플의 인공지능(AI) ‘시리’ 개발팀에 참여한 것도, 삼성 SDS의 인공지능 개발을 이끌게 된 것도 물 흐르듯 이어졌다. 최근 삼성SDS의 기업용 AI 브리티(Brity) 연구팀을 이끌게 된 이치훈 상무는 “언젠가 머신러닝의 시대가 올 거로 예상했고, 실제로 그 시대가 왔다”며 “곧 AI 회사들이 동맹을 형성하는 삼국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SDS의 기업용 대화 AI '브리티'를 개발하고 있는 이치훈 AI연구팀장(상무). [사진 삼성SDS]

삼성SDS의 기업용 대화 AI '브리티'를 개발하고 있는 이치훈 AI연구팀장(상무). [사진 삼성SDS]

요즘 AI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대학원에서 머신러닝을 전공하고 ‘시리’ 개발팀을 거쳤으니 몸값이 높을 것 같다. 

"머신러닝의 시대가 올 거라고 내다보고 빨리 공부를 시작한 덕분이다. 바둑 게임을 만들 때부터 ‘사람을 이기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기계가 복잡한 판단을 하려면 결국 머신러닝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공계 쏠림 현상이 심하다. 문과생들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박사 과정의 교수님이 늘 하던 얘기가 있다.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머신러닝만 배워선 안 된다’는 거였다. 사람의 인지 능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려면 심리학이나 철학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머신러닝계 석학인 버클리대 마이클 조던 교수도 출발은 인지과학이었다. AI라는 게 결국 사람은 왜 저런 말을 쓰는지, 자란 환경에 따라 어떻게 성장하는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애플 이전에도 야후ㆍ페이팔 등을 거치며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근무했다. 한국과 실리콘밸리 IT 인재의 차이점은. 

한국 개발자들은 마감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데 미국이나 핀란드 출신 개발자들에 비하면 도전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미국은 워낙 리더십이나 창업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라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핀란드는 사회안전망이 잘 돼 있어 청년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더라. 자녀가 여럿인 한 개발자가 고국에 돌아가 스타트업을 한다길래 ‘애들은 어떻게 키우냐’고 했더니 ‘우리는 자녀 교육이 공짜라 걱정할 게 없다’고 하더라.”

세계 AI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나.

"지금은 춘추전국 시대다. 모든 전자제품·소프트웨어 회사가 각자의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경쟁하고 있다. 조만간 각자의 장점을 중심으로 동맹을 형성하게 될 거다. 삼국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좋은 예다."

많은 한국 대기업들이 AI 시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AI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혼자 다 개발할 수 없다.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법을 아는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기술력을 높이는데, 이 과정이 엄청나게 복잡하다. 정보로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고 고차원적인 지능으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선별을 돕는 유능한 스타트업이 필요하다. 또 우리가 개발한 AI를 일선 고객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주는 스타트업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고객에게서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 원천 AI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