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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연금 받으려면 멀었는데…" 10년 무소득 극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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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중앙포토]

퇴직. [중앙포토]

잘나가던 바우씨의 친구는 50대 중반에 다니던 회사에서 물러났다. “세간에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라는 말이 유행하긴 했지만 설마 그게 내 얘기가 될 줄은 생각 못 했어! 국민연금 받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10년 가까운 무소득 크레바스를 어떻게 뛰어넘지?”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16) #노령연금 5년 먼저 받을 경우 #정상연금 수령 나이 보다 #12년 더 살면 조기연금 불리 #소득공백기, '노전준비'로 대처

크레바스(crevasse)란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이다. 흔히 퇴직 이후부터 연금을 받기 전까지 발생하는 무소득 기간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인생에서 소득 흐름의 거대한 틈이 생긴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모두 노후의 소득보장이 목적이기 때문에 연금 지급이 개시되는 연령이 있다.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연금지급 개시연령이 점진적으로 상향조정된다. 1952년생 이전은 60세, 1953~56년생 61세, 1957~60년생 62세, 1961~64년생 63세, 1965~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 65세다. 공무원연금은 60세 전부터 지급되는 일부 경과조치가 있지만 대체로 2021년까지 60세, 그 이후로 2~3년에 1세씩 연장되어 2033년부터 65세가 된다.

그런데 대개 직장인의 현실적 퇴직연령이 연금지급 개시연령보다 수년 또는 많게는 10년 정도까지 빠르다. 공무원의 경우 정년이 일반직 60세, 교육직 62세 등으로 규정돼 있지만 정년을 채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정년 규정이 연금지급 개시연령에 맞춰 65세까지 연장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일반적으로 공무원보다 퇴직연령이 훨씬 낮다. 따라서 일반 회사원의 경우 무소득 크레바스 기간이 공무원보다 훨씬 길다고 할 수 있다.

조기연금, 연 6%씩 감액 

연금. [중앙포토]

연금. [중앙포토]

국민연금은 노령연금 개시연령 도달 5년 미만인 사람이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경우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1년당 6%씩 감액된다. 개시연령 미달연수 1년 이내 94%, 1~2년 이내 88%, 2~3년 이내 82%, 3~4년 이내 76%, 4~5년 이내는 70%를 받는다.

공무원연금의 조기퇴직연금도 개시연령 도달 5년 미만인 경우에 받을 수 있다. 다만 1년당 5%를 감액하는 것이 국민연금과 다르다. 개시연령 미달연수 1년 이내 95%, 1~2년 이내 90%, 2~3년 이내 85%, 3~4년 이내 80%, 4~5년 이내는 75%를 받는다.

조기노령연금이나 조기퇴직연금은 개시연령에 도달해도 사망할 때까지 계속 감액된 연금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조기연금을 받는 것이 정상 개시연령에 연금을 받는 것보다 불리할까, 유리할까?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을 5년 앞당겨 70%를 받는 경우와 정상 개시연령에서 100%를 받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학창시절에 배운 방정식 ‘70(χ+5)=100χ’를 풀어보면 χ=11.6이다. 즉 정상 개시연령으로부터 11.6년 이상 연금을 받게 되면 조기노령연금이 불리하다. 1년 앞당겨 94%를 받으면 ‘94(χ+1)=100χ’ 즉 χ=15.6이다. 정상 개시연령에서 15.6년 이상 연금을 받게 되면 조기노령연금이 불리하다. 물론 일찍 사망해 이 기간보다 짧게 연금을 받는다면 조기노령연금이 유리하다.

노령연금. [중앙포토]

노령연금. [중앙포토]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 보면 공무원연금의 경우 퇴직연금을 5년 앞당겨 75%를 받으면 χ=15, 1년 앞당겨 95%를 받으면 χ=19가 된다. 그래서 정상 개시연령으로부터 15년과 19년을 각각 더 살게 되면 조기퇴직연금이 불리하다.

결론적으로 60대 초반 연령의 기대여명이 20년을 좀 넘기에 평균적으로 사는 것을 가정한다면 조기연금이 정상연금보다 불리하다. 그리고 공무원연금보다 국민연금에서 좀 더 불리하고, 당겨 받는 연수가 짧을수록 더 불리하다.

또한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이 충분한 것도 아니기에 연금을 감액해서 미리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죽하면 몇 푼 안 되는 연금을 미리 받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직에 있을 때부터 미리 무소득 크레바스를 대비해야 한다.

가교직업을 준비하자. [중앙포토]

가교직업을 준비하자. [중앙포토]

그렇다면 무소득 크레바스를 무슨 수로 뛰어넘을 수 있을까? 현직에 있을 때 절약하면서 개인연금을 들어 두거나 차근차근 저축해놔야 한다. 퇴직할 때 일시불로 받는 퇴직금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동산을 마련해서 임대소득으로 소득 절벽을 대처하는 것도 좋다.

퇴직을 대비해서 가교직업(bridge job)을 준비해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허나 퇴직 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영업은 무작정 뛰어들 것이 아니다. 퇴직금만 날리기 십상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치킨공화국, 커피숍 천국이 된 것은 장사가 잘돼서가 아니라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만큼 쉽게 문을 닫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미리 철저히 준비해야 실패확률을 낮출 수 있다.

‘노전(老前)’ 관리 필요


퇴직 후 소득 절벽! 결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퇴직 전에 빚부터 갚고, 은퇴자산은 효율적으로 활용하자. 자녀 교육비, 결혼비용도 얼마나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경제적 일거리를 준비하자. 폼 나는 곳에 재취업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체면을 내려놓고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무소득 크레바스를 잘 넘기지 못하면 ‘노년파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전(老前), 즉 늙기 전에 준비하자. 나이 든 다음엔 준비할 시간이 없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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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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