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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올 겨울 패딩, 차라리 이불을 뒤집어 쓸까

중앙일보

입력

디자이너 아쉬시와 영국 브랜드 리버 아일랜드가 협업한 패딩 코트. [사진 리버 아일랜드 홈페이지]

디자이너 아쉬시와 영국 브랜드 리버 아일랜드가 협업한 패딩 코트. [사진 리버 아일랜드 홈페이지]

'내일 뭐 입지?' 고민할 때 가장 큰 변수는 날씨다. 특히나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할 땐 대충 입었다간 낭패이기 십상이다. 주말 사이 기온이 내려가 내일부터는 다시 쌀쌀해진다. '월동 준비'를 늦출 수 없다는 뜻. 올겨울, 추위를 막아주면서도 스타일을 지켜줄 패딩과 코트를 찾는다면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바로 클수록, 길수록 멋스럽다는 것이다.

푸근하고 편안한 캐주얼 대세 이어가 #코트 역시 길고 넉넉한 품이 인기 #안에는 슬림하게 입어야 멋스러워

조형미 갖춘 이불 패딩이 트렌드로

이불을 대충 싸맨듯한 발렌시아가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발렌시아가]

이불을 대충 싸맨듯한 발렌시아가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발렌시아가]

패딩의 경우 오버사이즈에다 포근하고, 또 푹신한 느낌의 퍼퍼(puffer, 퀼팅으로 누빈 다운패딩)가 대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런 트렌드에 아예 '이불 옷 입기(duvet dress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치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빠져나온 듯한 모양새를 연출해서다.

코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코치 ]

코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코치 ]

불을 지핀 건 요즘 거의 모든 트렌드를 이끄는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다. 그는 2016 가을·겨울 이불처럼 푹신한 패딩을 선보였다. 물론 이미 1999년, 마틴 마르지엘라가 오리털 이불에 소매만 붙여 놓은 듯한 옷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바 있고, 뒤이어 꼼데가르송부터 빅터앤롤프, 아크네 스튜디오. 스텔라 매카트니가 줄줄이 비슷한 패딩을 내놨다. 하지만 바잘리아만큼 멋스러운 '이불 패딩'은 아니었다.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에서 착안한 조형미를 가미, 입체적이면서도 건축적 형태로 재해석했고 무엇보다 하이엔드 패션에 스트리트 감성을 가미한 것이 포인트가 됐다.

샤넬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중앙포토]

샤넬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중앙포토]

올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페라가모·드리스반노튼·소니아리키엘·코치 등이 이불 패딩의 대세를 이어갔다.각 브랜드들은 동양적 무늬나 꽃무늬를 가미하고, 벨벳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또 '이불 패딩'과 더불어 샤넬·발렌시아가 등에서는 거대한 패딩 숄·머플러를 등장시키기도 했다.셀린느·캘빈클라인의 컬렉션의 경우 패딩을 입지는 않았지만, 모델이 다른 액세서리 대신 담요를 들고나오는 스타일링으로 '침실 패션'의 정점을 보여줬다. 아늑하고 편안한 이불 패딩의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는 한 수였다.

페라가모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중앙포토]

페라가모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중앙포토]

국내의 경우 푸마·디스커버리·밀레·NBA 등 스포츠캐주얼 브랜드들이 내놓는 '벤치 다운'이 이불 패딩의 트렌드를 대중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벤치 다운은 원래 영화 촬영장이나 프로 선수들이 야외에서 대기하거나 이동할 때 입는 패딩이다. 넉넉한 품에 무릎 이상으로 내려가는 길이로 거의 온몸을 감싸는 모양이 특징이다. 올해는 검정·회색 등 기본 컬러에서 벗어나 화이트·핑크로 선택의 폭을 넓혔고, 스트레치 소재나 구스다운 충전재를 추가한 프리미엄 라인이 출시됐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벤치 다운 '레오2' [사진 LF]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벤치 다운 '레오2' [사진 LF]

정장·캐주얼에 어울리는 체크 롱코트 인기

코트 역시 패딩만큼은 아니지만 온몸을 휘감는 오버사이즈로 흐름을 이어간다. 더블 브레스트 코트처럼 클래식한 스타일이라면 어깨를 과장한 파워 숄더에 길이가 종아리까지 오는 롱코트가 대세다. 특히 올해는 브랜드마다 다양한 종류의 체크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며 인기를 얻고 있다. A라인부터(멀버리)·제복 형태까지(니나리치) 선택의 폭이 넓다. 국내 여성복 브랜드 '보브' 역시 이미 9월에 선보인 ‘벨티드 체크 코트’가 추가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김주현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장(여성복 마케팅 담당)은 “지난 겨울 남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롱코트가 올해는 여성복의 메인 트렌드로 돌아왔다”면서 "체크 무늬의 경우 정장뿐 아니라 캐주얼에도믹스앤매치로 어울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발렌시아가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발렌시아가]

패딩만큼 푸근함을 원한다면 테디 베어(Teddy Bear) 스타일을 살펴볼 것. 말 그대로 보는 것만으로도 곰 인형을 안고 있는 듯한 낙낙하고 풍성한 디자인을 뜻한다. 단순한 코쿤 실루엣에 아이보리·베이지나 강렬한 레드 등으로 색깔 자체에 따뜻함을 주는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테디 베어 스타일의 막스마라 코트. [사진 막스마라]

테디 베어 스타일의 막스마라 코트. [사진 막스마라]

막대사탕 실루엣으로 균형 맞춰야

이불 패딩과 오버사이즈 코트의 핵심은 '편안함'이다. 대충 걸쳐 입은 듯한 무심한 멋을 발휘해야 한다. 그간 파자마룩, 슬리퍼 패션에서 보였던 놈코어룩(평범하면서도 센스있는 스타일)과 맥을 같이 한다.

토미힐피거 2017 가을겨울 컬렉션. 롱 패딩에 양말을 허벅지까지 올려 슬림한 라인을 만들었다. [중앙포토]

토미힐피거 2017 가을겨울 컬렉션. 롱 패딩에 양말을 허벅지까지 올려 슬림한 라인을 만들었다. [중앙포토]

하지만 푸근함을 강조하다 자칫 둔탁해 보일 수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서수경 스타일리스트는 "패딩이나 코트 안에 무조건 슬림 라인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이른바 '막대사탕 실루엣'이다. 패셔니스타인 지지 하디드나 켄달 제너의 스타일링 역시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가죽 스판 팬츠에 가벼운 티셔츠를 짝짓거나 아예 쇼트 팬츠를 입는 식이다. 또 흘러내리는 가벼운 소재의 롱드레스를 입어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서 스타일리스트는 "아예 사이 하이 부츠(thigh high boots,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는 것도 보온성과 멋을 동시에 살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패딩을 뒤로 젖혀 입은 켄달 제너. [사진 핀터레스트]

패딩을 뒤로 젖혀 입은 켄달 제너. [사진 핀터레스트]

좀 더 제대로 멋을 내고 싶다면 런웨이 그대로의 스타일링을 따라 해 볼 만하다. 패딩이나 코트 위에 벨트를 매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거나 외투를 젖히고 입어 어깨를 드러내면 부피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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