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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부산→호남→강원→충청 ‘동선’…지방선거 향한 발걸음?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55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에서 비를 맞으며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55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에서 비를 맞으며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정치인의 입을 보지 말고 발을 보라’는 격언이 있다. 말보다는 행동이 실제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보면 그런 격언이 떠오른다. 열흘 간의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일정을 소화한 날은 모두 엿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55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이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소방공무원을 격려한 일은 많았다. 하지만 행사가 주로 수도권에서 개최됐고 지금처럼 천안에서 개최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문 대통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 행사장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 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청와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소방관들의 숙원인 국가직 전환을 시도지사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지역마다 다른 소방관들의 처우와 인력ㆍ장비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국 각 지역의 소방안전서비스를 골고루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방문한 지역 [구글맵, 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방문한 지역 [구글맵, 허진 기자]

앞서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했다. 그런 뒤 영화 전공 학생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몇 년간 부산국제영화제가 ‘좌파영화제다’ 해서 정치적으로 영화제 지원을 빌미로 정부가, 부산시가 간섭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함께 부산시의 문제점도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닷새 뒤인 지난달 20일에는 충북 충주시에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이 항상 챙기던 행사다.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월 같은 곳에서 열렸던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거론하며 “충북 도민 여러분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시종 도지사님, 충북도민 여러분, 충주시민과 자원봉사자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했다.

기아 타이거즈 야구 점퍼를 입은 청와대의 장하성 정책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사진 청와대]

기아 타이거즈 야구 점퍼를 입은 청와대의 장하성 정책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사진 청와대]

지난달 25일에는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시구를 했다. 문 대통령이 파란색의 국가대표 야구팀 점퍼를 입고 광주 챔피언스필드에 도착하자 관중들은 “문재인”을 큰 목소리로 연호했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김정숙 여사와 기아 팬을 자처하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등도 동행했다. 청와대 참모진이 나란히 빨간색 기아 야구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은 온라인에서 상당한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지난달 26일에는 전남 여수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새로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틀 연속 호남을 방문하는 일정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동행하면서 정치권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임 실장의 전남도지사 출마설이 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100일 앞둔 지난달 31일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서는 “지금 강원도민들과 최문순 지사가 온 힘을 다해 세계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추석 연휴 이후 방문한 지역은 부산(10월 15일)→충북 충주(10월 20일)→광주(10월 25일)→전남 여수(10월 26일)→강원 강릉(10월 31일)→충남 천안(3일)이다. 공교롭게도 내년 6ㆍ13 지방선거 시ㆍ도지사 선거에서 모두 여권이 승리하기를 기대하는 곳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이 기간 동안 여권의 열세 지역인 대구ㆍ경북 지역에 문 대통령은 방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방 일정을 지방선거와 연결짓는 건 맞지 않다”며 “지방 행사의 성격과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정무적으로 일정을 짜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의 지방선거 차출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은 청와대 기자단을 통해 불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각각 전남지사와 부산시장 출마설이 여전히 돌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측근이자 지역구가 충남 공주였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충남지사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다. 일각에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성남시장 출마설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들의 출마 의사와 별도로 청와대 참모들은 필요하다면 지방선거에 차출될 수 있다”며 “선거 전의 상황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처음 치르는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큰 전략의 틀에서 봐야 한다”며 “지금 누가 나가고 싶다거나 반대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본인의 뜻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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