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미·일 군사동맹 바람직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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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밤 방송된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공조가 3국의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이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직후 나온 발언이다.

맥매스터, 강경화 ‘3불 원칙’에 #“한국, 주권 포기할거라 생각 안해” #우려 표명 뒤 문 대통령 발언 나와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달 31일 한·중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관련 공동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세 가지 원칙 중 하나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 등이다. 중국 측은 이를 ‘3불(不)’이라고 칭하며 한때 “한국 정부가 약속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군사동맹 발언을 두고 국가지도자가 육성으로 그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측도 이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순방 5개국 11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3불 원칙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발언이 확정적(definitive)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3원칙이 사실상 주권 제약 사항이라고 지적하며 입장 변경을 희망한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발언은 한국에는 3일 오전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CNA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오후 3시부터 40분간이다. 자칫 ‘엇박자’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문 대통령 “미·중과 균형 외교할 것” 전문가 “트럼프 방한 앞인데 … ” 

문 대통령은 또 한·미 동맹과 한·미 간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대미 외교와 대중 외교에서 격차가 너무 많이 난다면 그 차이를 줄일 필요는 있다. 하지만 미·중과 균형 있는 외교를 하겠다는 표현은 불필요한 오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간 ‘등거리 외교’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번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가 상당히 강도 높은 조치였고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은 중국이 이행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성실하게 이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그러나 별도 회견에서 “중국은 제재와 외교 두 방향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비핵화를 달성하기엔 충분치 않기 때문에 유엔 결의안을 넘어 훨씬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고 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북한의 핵을 이유로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그것도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틀어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북핵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같은 수준의 위협으로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한국 방문을 통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고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상호 추동을 꾀하려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예민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미 정상회담(7일)에서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비한 군사력과 군사적 옵션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독자 군사행동 여부와 관련해선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은 상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며 “북한의 핵 개발이 진전되고 있어 시간이 고갈되고 있지만 지금은 우리가 군사행동 없이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우리가 검토 중인 옵션”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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