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성인 집단의 뿌리 깊은 폭력 관행 드러낸 부산대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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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부산대병원 전공의 폭행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경찰도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형외과 교수 A씨(39)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공개된 부산대병원의 폭력과 파행을 볼 때 국가기관의 개입은 당연하고 필연적 조치로 보인다. 특히 대학병원이라는 지성인 조직에서 벌어진 상습적 폭력과 이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에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국가기관의 개입을 초래한 사태는 충격적이다.

이 병원은 전공의 12명을 고막이 파열되고, 피부가 찢어지고, 피멍으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폭행한 A씨에 대해 2015년 전공의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진상조사는커녕 오히려 A씨를 이듬해 ‘기금교수’로 승진시켰다. 그런가 하면 같은 과 내에 대리수술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도 있고, 수술실 내 폭언과 폭행으로 문제를 일으킨 교수도 거론되는 등 점입가경이다. 그런데도 병원이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피해자를 회유·협박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정 능력이 무너진 데에 더해 묵시적으로 폭력 교수를 감싸고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병원 전체의 인권침해에 대한 전반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인권위 지적이 공감되는 건 그래서다.

도제식의 폐쇄적 집단이나 계급문화가 뚜렷한 집단에서의 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조직 내 폭력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노력을 해왔다. 전형적 사례인 군대 폭력까지 줄어드는 등 상당한 진전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부산대병원 사태는 오히려 지성인 집단에서 폭력이 제어되지 않고, 각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폭력으로 얼룩진 인권 사각지대가 없도록 이 병원뿐 아니라 다른 조직들도 점검하고 폭력을 뿌리 뽑는 대책을 실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