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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50km/h로 충돌", "프레임이라 안전"…故 김주혁 차량 놓고 추측 난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 김주혁 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가운데 경찰이 2일, 김씨가 당시 운전했던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했다. 사고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정확한 검증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차량의 앞부분과 필러, 루프 등이 심각하게 훼손된 故 김주혁 씨의 차량. A필러 부근은 김씨를 구출하기 위해 절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차량의 앞부분과 필러, 루프 등이 심각하게 훼손된 故 김주혁 씨의 차량. A필러 부근은 김씨를 구출하기 위해 절단된 상태다. [중앙포토]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당시 뒷차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 등을 놓고 인터넷 상에선 "150km/h의 속도로 부딪혔다", "프레임 차량은 안전하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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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사망 원인이 심각한 두부 손상에 의한 것이라는 국과수의 부검 결과와 함께, 해당 차량이 미국 IIHS(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NHTSA(미국도로교통안전국)나 유럽의 유로 NCAP(Euro NCAP, 유럽신차평가프로그램) 등 각종 국제기관에서 받은 충돌 등급이 없었다는 보도와 해당 차량의 A필러가 십수년째 개선이 없었다는 보도에도 이같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충돌 당시 속도는 150km/h?

故 김주혁 씨의 사고 상황을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故 김주혁 씨의 사고 상황을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수사당국이나 소방당국 모두 사고 당시 차량의 주행 속도에 대해선 아직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선 "최고 시속 150km에 달했다", "100km/h가 넘는 속도로 부딪혔다"는 등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G63 AMG는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77.5kg.m의 5.5리터 V8 엔진으로 공차중량 2.6톤의 육중한 차량이지만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은 5.4초에 불과하다. 소위 'G바겐'으로 불리는 이 차량의 '제로백 성능'으로 "충돌 당시 속도가 150km/h에 달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고 차량은 충돌까지 80m 가량을 달렸다. 과연 80m를 달리는 사이, 자동차는 어느 정도의 속도를 기록하게 될까.

[사진 JTBC 뉴스]

[사진 JTBC 뉴스]

G바겐과 비슷한 5초대 제로백 성능을 보이는 차량 8대가 제로백 테스트에서 100km/h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거리를 살펴봤다. 이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뷰'에서 그간 시승기를 작성하는 가운데 실시한 '실측 결과'다.

80m 이내의 거리에서 100km/h에 도달한 차량은 마세라티의 고성능 SUV 르반떼 S가 유일했다. 대부분의 차량은 100km/h 도달까지 80m를 훌쩍 뛰어 넘는 직선도로가 필요한 것이다.

G바겐과 비슷한 가속 성능을 보이는 차량 8대를 비교했다.

G바겐과 비슷한 가속 성능을 보이는 차량 8대를 비교했다.

제로백 테스트에 나서는 차량은 모두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는 '풀 스로틀'로 가속을 진행했다. 또, 테스트는 오르막 또는 내리막 등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사고가 난 G바겐은 뒷차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 가능하듯 '풀스로틀'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당시 도로는 오르막길이었고, 아스팔트 도로에서 연석과 화단을 넘어 인도로 올라왔을 당시, 일부 타이어는 펑크가 났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 위 차량의 진행방향에 따라 타이어 자국과 함께 보도에 깊게 패인 자국이 이어진 것이다. 전복된 차량에서도 운전석 앞 휠과 타이어가 파손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충돌 당시 차량의 속도는 100km/h 미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제로백(0~100km/h) 4초대의 차량이 각 속도를 기록하는 데에 필요한 거리를 나타낸 그래프.

제로백(0~100km/h) 4초대의 차량이 각 속도를 기록하는 데에 필요한 거리를 나타낸 그래프.

비교를 위해 제로백 4초대의 차량의 기록을 살펴봤다. 소위 '수퍼카' 또는 '고성능 스포츠카'로 분류되는 차량들이다. 위와 마찬가지로 평평한 도로에서, 시작과 동시에 풀스로틀을 한 결과다.

실측 제로백 4.11초를 기록한 메르세데스 AMG GT S Edition 1은 55.85m 만에 100km/h를 기록했다. 4.95초의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트는 75.88m를 지나서야 100km/h를 기록했다. 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래프의 기울기가 점차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로나 공기의 저항, 엔진 능력의 한계 등 다양한 이유로 점차 가속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수퍼카' 또는 '고성능 스포츠카'라면, 유언비어 속 150km/h라는 속도를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100km/h 이후의 결과가 공개되어있지 않은 관계로 '가속력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그래프를 연장해봤다.

제로백(0~100km/h) 4초대의 차량이 각 속도를 기록하는 데에 필요한 거리를 나타낸 그래프.

제로백(0~100km/h) 4초대의 차량이 각 속도를 기록하는 데에 필요한 거리를 나타낸 그래프.

90km/h에서 100km/h로 가속하는 힘이 150km/h까지 꾸준히 유지된다는 가정이기 때문에, 실제 필요 거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기울기에서 제로백 4.11초의 GT S는 약 90m, 제로백 4.95초의 그란투리스모 스포트는 약 170m 지점에서 각각 150km/h를 기록하게 된다. 실제 측정에서는 GT S의 경우 최소 100m, 그란투리스모 스포트의 경우 200m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프레임 바디라 안전?

故 김주혁 씨의 사고 상황을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故 김주혁 씨의 사고 상황을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고에 있어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프레임'이라는 단어다. G바겐은 다른 오프로드용 SUV와 마찬가지로 프레임 형식을 띄고 있다. "프레임 바디는 튼튼하다", "군용 목적으로 만들어져 안전하다"는 목소리부터 "프레임 바디라 전복이 잘 된다", "프레임 바디라 A필러도 튼튼하다"는 등 다양한 주장들이 나온다.

프레임은 말 그대로, 차량의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등이 고정되는 '하부'를 의미한다. 정면 또는 후면 충돌 이외에 상황에서 프레임이 탑승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내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군용 차량의 경우 다양한 환경에서 작전수행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즉, 차량이 외부의 충격에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엔진과 구동축, 조향축 등이 열악한 환경에서 원활히 작동한다'는 의미에서 '안전성'보다는 '안정성' 또는 '내구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 옳다.

G바겐의 프레임. 그 밖의 구조는 바디워크 팀에서 제작을 담당한다.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G바겐의 프레임. 그 밖의 구조는 바디워크 팀에서 제작을 담당한다.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또한 프레임은 '형식' 중 하나일 뿐, 전복과는 상관이 없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스포츠카 '엘란' 역시 모노코크가 아닌 프레임 형식의 차량이다. 전복이 쉽게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는 결국 무게중심의 높이에 달려있다. 모노코크 형식의 SUV라 할지라도 무게중심이 높으면 전복 위험이 높다. SUV가 아니더라도 전고가 높은 경차 역시 전복 위험이 높다.

프레임 바디와 A필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G바겐을 생산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G GmbH'도 섀시, 드라이브 트레인, 바디워크, 전장, 테스트 등의 팀으로 구성돼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A필러 등 차량의 '기둥'을 비롯한 '세이프티존'은 바로 이 '바디워크팀'이 관할하는 부분이다. 프레임 위에 이러한 바디워크가 얹혀지는 것으로, 이 부분의 강성이 곧 탑승자의 안전으로 이어진다.

G바겐의 바디워크팀에서 제작을 담당하는 파츠들. 탑승자의 안전은 바로 이 파츠들인 '세이프티존'에서 비롯된다.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G GmbH]

G바겐의 바디워크팀에서 제작을 담당하는 파츠들. 탑승자의 안전은 바로 이 파츠들인 '세이프티존'에서 비롯된다.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G GmbH]

사고 차량의 A필러는 구조대가 절단에 나서기 전인 사고 직후의 사진에서도 상당 부분 훼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전복에 앞서 벽면과 충돌하며 차량의 전면부도 크게 훼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훼손된 차량을 놓고 "A필러와 루프가 구부러지며 충격을 흡수한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A필러와 루프 등은 구부러지며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존'이 아닌, '패신저 셀(탑승자 구역)', 즉 세이프티존이다. 각종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가 스스로 걸어나올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세이프티존이 최대한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2일 오후 김씨의 차량이 이송된 강원도 원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에 대한 확인과 함께 차량 내부에서 블랙박스를 찾는 작업도 실시할 방침이다.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감정과 확인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어느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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