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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전승 설화를 잇는차기 상륙함 노적봉함 진수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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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의 신형 상륙함 4번함 노적봉함의 진수식이 2일 오전 11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렸다. [사진 방사청]

대한민국 해군의 신형 상륙함 4번함 노적봉함의 진수식이 2일 오전 11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렸다. [사진 방사청]

전남 목포의 유달산은 높이 228m로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다. 하지만 입구 바위봉우리의 모양새는 예사롭지 않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 이 봉우리를 짚과 섶으로 둘렀다는 민간설화가  내려온다. 멀리서 보면 마치 군량미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처럼 위장하려는 목적이었다. 실제 왜적들은 엄청난 군세에 놀라 후퇴했다고 한다. 이후 봉우리엔 군량미를 쌓은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노적(露積)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노적봉이다. 노적봉 맞은편에 위치한 고하도는 충무공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뒤 108일간 주둔하며 전력을 정비한 곳이다.

충무공이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무찌른 이 같은 설화가 부활한다.

유사시 적진 깊숙이 해병대 병력을 들여보낼 해군의 천왕봉급(4900t) 신형 상륙함(LST-Ⅱ)인 노적봉함이 2일 진수됐다.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의 부인 함선희씨(가운데)가 도끼로 진수줄을 자르고 있다. [사진 방사청]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의 부인 함선희씨(가운데)가 도끼로 진수줄을 자르고 있다. [사진 방사청]

진수는 조선소 도크에 물을 채워, 그 안에서 건조된 전투함을 바다에 띄우는 과정이다. 진수식에선 진수선(線)을 도끼로 끊고 삼페인 병을 선체에 부딪혀 깨뜨리는 행사를 하는데 여성이 도맡는다. 노적봉함의 경우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의 부인 함선희씨가 맡았다. 이 때 배 이름도 붙여진다. 그런 후 해군이 전투함을 시운전을 해본 뒤 그 결과에 만족하면 인수한다. 그리고 해군이 인수한 전투함은 함대세력표에 올라가면서 취역을 하게 된다.

전남 목포 유달산의 노적봉 [중앙포토]

전남 목포 유달산의 노적봉 [중앙포토]

노적봉함은 길이 127m, 최대속력 23노트(시속 약 40㎞)이며 승조원은 120여명이다. 완전무장한 상륙군 300여명과 고속상륙주정(LCM), 전차, 상륙돌격장갑차(KAAV) 등을 탑재하며 상륙기동헬기 2대를 이·착함시킬 수 있다.

우리 해군 상륙함에는 배수량 2600t의 고준봉급(LST)과 4900t의 천왕봉급(LST-Ⅱ)이 있다. 노적봉함은 천왕봉함, 천자봉함, 일출봉함을 잇는 천왕봉급 4번함이다. 해군은 국내 명산의 봉우리를 상륙함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천왕봉급은 고준봉급 상륙함에 비해 기동성이 뛰어나 작전 반경이 넓다.

국지 분쟁이 벌어질 경우 신속대응전력을 수송하고 평시에는 해군 기지와 도서에 대한 병력, 장비, 물자 수송 임무를 수행한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재해·재난 구호 등에도 투입할 수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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