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내년 사업비 예산서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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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북도 내에 하나뿐인 공항인 군산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서울까지 50여분, 제주도는 40여분 소요된다. 게다가 군산공항은 전북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어 도민들이 승용차를 이용해 공항까지 접근하는데는 1~2시간이 소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주민들이 서울을 올라갈 때는 급하더라도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게 되고, 제주도 여행은 광주공항을 많이 이용한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는 도내 중심에 위치하게 되는 김제 신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김제 신공항의 건설 타당성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내년도 사업비를 예산에 책정하지 않기로 결정, 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김제 신공항 계획 및 상황=2001년부터 김제시 백산면 조종리와 공덕면 공덕리 일대 47만4천여평에 2005년 말 완공 및 2006년 초 취항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해 왔다. 1천4백74억원을 들여 활주로(길이 1천8백m.폭 45m).계류장(7천60여평).터미널(1천8백75평)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현재까지 3백40억원을 투입해 예산 집행으로 보면 2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사업 시행기관은 서울지방항공청이지만 용지 매입은 전북도가 맡아 대상 44만8천평 중 32만2천평의 매입을 마쳤다.

농림지역이었던 것을 준도시지역으로 바꾸는 국토이용계획 변경 등 행정 절차는 올해 초 마무리됐고, 지난 3월 시공 측량을 시작해 6월 말에 끝냈다.

마을 진입로.안길 확.포장 등 신공항 건설예정지 주변마을 정비사업도 모두 완료했다.

?"꼭 필요한지 재검토하자"=전북도는 내년에 토지보상을 마무리하고 공사를 진행할 2백78억원을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최근 김제 신공항 사업비를 내년도 예산에 전혀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고속도로망 확충 등으로 항공기 이용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고, 특히 김제 신공항은 여객 수요가 많지 않아 건설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산공항의 경우 2001년 1~6월 총 22만5천여명이던 이용객이 2002년 동기엔 21만2천여명, 올해 같은 기간에는 19만8천여명으로 줄었다.

기획예산처 건설교통예산과의 강승준 서기관은 "내년 4월 호남선 고속전철 개통 후 7월까지 김제 신공항의 항공여객 수요를 재조사, 사업비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내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속전철 개통 등을 감안하면 신공항을 지어봤자 여행시간 단축 효과가 크지 않은데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건설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동부권 주민들의 교통편익 및 관광객 유치, 외국 관광객들의 시간 절약을 위해선 신공항을 꼭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보승 전북도 건설교통국장은 "새만금간척사업 등이 완공돼 중국과의 교역 전지기지가 될 때까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김제 신공항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도는 토지매입을 일단 중단했고, 다음달 말 착공할 예정으로 현장사무소를 짓던 서울지방항공청도 일손을 놓음으로써 김제 신공항 건설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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