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 화제작 상영부터 실무 교육까지 … 독립예술영화의 천국

전북 지역 유일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인 전주영화제작소 4층의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4000원으로 일반 상영관에선 볼 수 없는 웰메이드 영화를 볼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죠.”

고사동 전주영화제작소에 가보니 #전북 유일 전용관 작년 3만명 찾아 #유명감독 특별전 등 프로그램 풍성 #편집 등 영화 후반작업 시설도 갖춰 #전시실은 지역 예술가에 무료 대여

지난달 24일 전북 전주시 고사동 전주영화제작소 4층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김모(50·전북 완주군)씨의 말이다. 김씨는 이날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을 본 후 “지난 한 해만 이곳에서 87편을 봤다”고 말했다.

전주영화제작소는 ‘영화의 고장’을 표방해온 전주에 들어선 5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국내외 다양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자 영화 박물관 역할을 한다. 전주시가 61억원을 들여 2009년 5월 개관한 곳을 (재)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문병용(35) 전주영화제작소 팀장은 “전주독립영화관은 전북 지역 유일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라며 “연간 유료 관객 수는 지난해 기준 3만2000여명으로 전국예술영화전용관협의회에 가입된 영화관 20여곳 중 수도권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3층 영상편집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독립영화관에선 알짜배기 프로그램이 많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30분에는 전주영화제 상영작 위주로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 ‘매주 만나는 전주(Jeonju) IFF(국제영화제)’라는 프로그램이다. 토·일요일 오전 11시에는 추억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주말의 명화’를 상영한다. 11월에는 대관 행사 때문에 ‘주말의 명화’와 ‘전주(Jeonju) IFF’의 무료 상영은 잠시 중단된다.

오는 14일까지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에 ‘에릭 로메르 특별전’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에릭 로메르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Nouvelle Vague) 운동을 이끈 감독이다. 1년에 한 번 그해 전주영화제에 출품된 화제작을 엄선해 보여주는 ‘폴링 인 전주’도 눈여겨볼 만하다.

1층 기획전시실에선 이호진(26) 작가의 ‘#1 oh, Hi’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실은 전주제작소가 매년 공모를 통해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무료로 빌려주는 공간이다. 이 작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만 작품을 알리는 데 한계를 느껴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1층 자료열람실은 전주영화제 역대 출품작과 고전영화 등 DVD 2000여 개와 영화 관련 도서 1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1000원을 내면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모든 콘텐트를 볼 수 있다. 전주영화제작소 회원으로 가입하면 자료열람실 이용이 무료고, 독립영화관 관람료(5000원)도 20% 할인된다.

전주영화제작소 2층에는 영화·영상 관련 업체 5곳이 입주해 있다. 관리비는 전기세 등을 포함해 40여만원 수준으로 주변 시설들보다 저렴하다. TV만화 ‘수빈 스토리’를 제작한 ‘올빼미하우스’도 이들 업체 중 하나다. 배효상(42) 올빼미하우스 대표는 “색 보정과 최종 편집 등 모든 장비를 갖추려면 수십억 원이 든다”며 “전주영화제작소의 영상 장비를 활용할 수 없었다면 ‘수빈 스토리’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층에는 디지털 색보정실과 영상편집실·미디어변환실 등 영화·영상의 후반 작업을 지원하는 시설과 영상교육실이 있다. 제작소에선 실무교육도 진행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영화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에 있는 만큼 전주영화제작소를 독립예술영화의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