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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이 부친 살해범, 범행 전 ‘고급주택·위치추적’ 검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엔씨소프트 윤송이(42·여) 사장의 부친(68) 피살사건의 피의자 허모(41)씨가 범행 전 포털에서 ‘고급주택’ ‘가스총’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검색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대부업체서 빚 독촉 문자도 발견 #블랙박스도 꺼놔 계획범죄에 무게 #범행 1주 전 용인 고급주택가 배회

대부업체로부터 대출 상환 독촉 압박을 받은 내용 역시 새롭게 드러났다. 이에 부유층을 상대로 한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허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30일 허씨 소유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수사기법으로 분석해 지난 21일부터 범행 당일인 25일 사이 이 같은 포털 검색 내용을 확인했다. 윤씨 자택이 있는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지역에는 고급 주택이 많다. 허씨는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진 것으로 보이는 사채 8000만원 등 때문에 가출해 지난 22일 가족들이 112에 신고한 바 있다. 허씨는 가출 기간 중에 범죄를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허씨는 또 범행 전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대출 상환을 독촉하는 내용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채로 매월 200만~300만원의 이자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허씨가 한 개에 200만~300만원에 거래되는 고가의 ‘리니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사려 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은 이를 위해 빚을 냈는지 확인 중이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허씨 추정 인물의 휴대전화 번호(010-XXXX-XX07)와 피의자 허씨 번호가 일치한다고 한다. 리니지 게임은 엔씨소프트가 제작했다.

앞서 경찰은 허씨가 범행 당일 오후 3시와 4시, 5시10분 등 세 차례에 걸쳐 윤씨 전원주택이 있는 문호리 현장으로 진입했던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허씨가 도주에 사용한 현대 i30 차량 속 블랙박스에는 지난 19일 오후 5시7분쯤 촬영된 2초짜리 영상 이후 저장된 내용이 없다. 범행 당일 휴대전화 사용 내역도 없다. 이에 경찰은 우발적 범죄보다는 계획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복원 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18일 용인 고급 주택을 돌아다닌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직후 도주하면서는 ‘살인’ ‘사건사고’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며 “포털 검색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에서 오후 8시50분 사이 문호리 전원주택 인근에서 윤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9일 오후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차량만 훔쳤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평=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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