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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인재양성도 덮쳤다···마이스터고 경쟁률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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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마이스터고 2017학년도 1학기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사진 원자력마이스터고]

원자력 마이스터고 2017학년도 1학기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사진 원자력마이스터고]

국내 유일의 원자력 전문 인재 양성학교인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의 2018년도 입학경쟁률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후폭풍이 교육분야로까지 불어닥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2018년 신입생 지원률 1.03:1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중학생들 원전 일자리 축소 우려한 탓 #학계에선 "제2의 원전 전문가 줄어들 것" 우려 목소리도

30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3∼25일 실시한 2018학년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신입생 모집 결과 원전산업기계과(40명), 원전전기제어과(40명) 등 모두 80명 모집에 82명이 지원해 1.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7학년도 경쟁률 2.16대 1, 2016학년도 2.65대 1, 2015학년도 1.83:1에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준이다.

원자력 마이스터고 진로체험형 캠프. [사진 원자력마이스터고]

원자력 마이스터고 진로체험형 캠프. [사진 원자력마이스터고]

경북 울진군 평해읍에 위치한 원자력마이스터고는 원래 인구감소로 폐교위기에 놓였던 평해공업고등학교였다. 경상북도가 2011년 2월 동해안 지역을 국가 원자력산업의 전초기지로 조성하는 '동해안원자력 클러스터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되살아났다. 경북에는 전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위치해 있다. 평해공고는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의 일환으로 원전 운용 및 안전을 위한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해 2013년 3월 원자력마이스터고로 탈바꿈했다.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는 첫 해 졸업생 취업 100%를 달성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는 첫 해 졸업생 취업 100%를 달성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매년 울진군에서 1억원, 경북도에서 1억원, 한수원 울진본부에서 1억원을 지원하면서 학생들은 원전 현장 실습 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2015년 첫 회 졸업생 79명의 취업률 100%를 달성하고 이 중 17명이 한수원에 입사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렸다. 2016년엔 12명, 2017년 10월 기준 9명이 한수원에 합격했다.

원자력 마이스터고 졸업식. [사진 원자력마이스터고]

원자력 마이스터고 졸업식. [사진 원자력마이스터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내년이면 입학생 정원미달을 우려해야하는 상황에 닥쳤다.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 폐쇄 등 원전 수를 감소하는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점점 원전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중학생들이 지원을 주저하면서다.

이유경 원자력마이스터고 교장은 "매년 취업률 100%를 달성하고 있는데 결국은 취업이 잘되면 입학 지원자도 증가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에서 원전 축소를 계속 언급하니 중학교 입시설명회 등에 가면 한수원에 취업할 인력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우려를 표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재학 중인 학생들도 졸업 후 일자리 걱정에 전전긍긍이다.

2학년 학생 이동근(17)군은 "원전 특성화고는 전국에서 울진에만 있다고 해서 취직 걱정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왔다"며 "그런데 최근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관련 일자리가 줄어든다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졸업을 앞두고 한수원에 취직한 한 3학년 학생 김재욱(18)군은 "학교의 커리큘럼을 잘 따라오니 한수원에 취직해 기쁘다"면서도 "탈원전 정책 관련해서 뉴스가 자꾸 나오는데 볼 때마다 후배들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프리랜서 공정식

일각에서는 제2의 원전전문가 양성에 타격이 생길 거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교육 분야는 산업의 지형이 변하는 순간 따라서 바뀐다. 탈원전 정책으로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 등 교육분야 전반이 움츠러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원전 전문가가 줄어들면 이제 원전 기술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일자리가 돼 버린다. 탈원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정부에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울진=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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