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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에 소득세 90% 부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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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조4000억원대 차명 금융재산에 90%의 이자·배당소득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 인출, 해지 등 과정은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위원장, 국감에서 고율 과세 방침 밝혀 #최흥식 원장 "우리은행 채용비리, 검찰 통보" #최운열 의원 "20년 전 관료 협회장 선출 막아야"

최 위원장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검찰 수사 결과 등으로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면 금융실명제법 5조에서 말하는 ‘비실명재산’으로 보고 이자 및 배당소득에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5조는 비실명재산엔 계좌개설일 이후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에 90%(지방세 포함하면 99%)의 소득세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의 답변은 검찰 수사, 국세청 조사, 금감원 검사 등을 통해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차명계좌임이 확인된 경우에는 ‘비실명재산’이라고 보고 90%를 소득세를 징수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차명이긴 하지만 허명이나 무명이 아닌 명의자의 실명이라는 이유로 금융실명제법 5조를 적용하지 않았다. 같은 조항을 두고 유권해석을 바꾼 셈이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드러난 지 9년 만이다. 금융당국의 과세 방침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추가로 납부해야 할 소득세 규모는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구 위원장은 “금감원과 협의해서 삼성 차명계좌에 대한 인출, 해지, 전환 과정을 다시 점검하고 그때 검사를 받은 금융기관이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금융실명제법 종합편람, 업무 해설에 대한 일관성도 이 기회에 다시 정비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이제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면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차등과세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금융적폐 청산 1호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처리와 관련해 금융위가 잘못된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대신 최종구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와 관련해서 금융실명제법상 실명전환과 과징금 대상은 여전히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국감에서) 금융위가 삼성 앞에만 서면 달라지냐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금융위는 삼성과 관련해 특정인을 위해 사전 안내하거나 조력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문제를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증권계좌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데 소멸시효(최장 15년)가 얼마 남지 않은 계좌도 많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과세당국이 할 일이라고 미뤄두고 소멸시효 완성까지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과세당국이 과세대상인지, 제척 기간이 경과됐는지를 질의하면 회신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최흥식 금감원장에겐 우리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최 원장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우리은행의 자체감사 중간보고를 받은 뒤 바로 그 자료를 검찰에 통보했다”고 답했다. 또 “은행권 전반의 채용비리를 조사해서 11월 말까지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 전 은행권이 이용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은 자체 검사 보고서에서 ‘구체적 합격지시, 최종합격자의 부당한 변경 등 형사상 업무방해 혐의는 없다’며 채용비리자를 변호하고 있다”며 “추천명단 작성 보고도 부행장까지만 보고됐고 은행장은 보고 여부가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 ‘꼬리 자르기 식’이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금융권 협회장 관피아 논란과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나오는 금융협회장 하마평을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하고 있다”며 “20년, 30년 전 금융수장을 역임한 분들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지금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면 대통령에도 누가 될테니, 금융위원장이 직언을 하라”고 말했다. 이에 최종구 위원장은 “그런 분들이 오실 우려가 있다면 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손해보험협회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금융감독위원장(장관급)을 지낸 김용덕 전 위원장을 협회장으로 선임했다. 다음달 선출 예정인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는 홍재형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1994~1995년 재임)이 거론되고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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