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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건선, 단순한 피부병 아닌 전신성 면역 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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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일산백병원 피부과 박혜진 교수

29일은 세계건선협회연맹이 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었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건선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1억 명이 넘고, 국내 환자도 약 50만 명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피부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피부의 면역 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증가하면서 분비된 여러 면역물질이 피부의 각질 세포를 자극해 과다하게 세포를 증식시켜 염증과 발진, 비정상적인 각질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증상은 팔꿈치·무릎·두피 등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가려움증을 호소하기도한다. 심하면 전신 피부가 두꺼운 각질로 덮이기도 한다. 중증 건선은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심근경색·고혈압·고지혈증·비만·당뇨 등의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을 잘 동반한다. 건선 관절염, 염증성 장 질환등의 동반율이 높아진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건선 치료는 병변에 약제를 바르는 국소치료, 광선 치료, 경구 약제, 생물학적 제제를 활용한 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치료법은 건선의 정도와 활성도, 병변 형태, 발생 부위, 환자 나이,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정한다. 가벼운 건선이면 주로 바르는 약을 쓴다. 중등도 이상이면 자외선B를 쬐는 광선 치료를 하거나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약제를 처방한다.

최근에는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특정 염증 유발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나와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렵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들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다만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비싼 치료 비용 때문에 환자나 의료진이 선뜻 선택하기에 부담이었다. 다행히 올해 6월부터 건강보험 산정특례제도에 중증 건선 질환이 포함됐다. 이에따라 생물학적 제제 사용 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가 60%에서 10%로 대폭 줄었다. 단 산정특례 대상은 경구 약제 치료와 광선 치료를 각각 3개월씩 총 6개월 이상 받고도 체표면적 10% 이상(손바닥 10개정도), 건선 중증도 점수 10점 이상으로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 건선은 전신성 면역 질환으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가볍게 생각해 대응해서는 안 된다. 초기부터 건선 치료 경험이 많은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하게 진단받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선은 전염이 되지 않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피부에 나타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기피와 차별을 당하게 된다. 이에 따른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이 클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건선 환자들을 위해 일반인도 건선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환자들도 잘 관리하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꼭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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