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냉정하고 침착한 승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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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2강전> ●박정환 9단 ○구쯔하오 5단

9보(115~135)=반면 상당 부분에 돌이 들어찬 현재, 박정환 9단이 우세한 형세다. 흑은 집이 많기 때문에 좌변의 흑 대마가 죽지만 않는다면, 박 9단이 무리 없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좌변 흑 대마는 기초 체력이 좋아서 병약하게 죽을 모양새도 아니다. 박 9단 표정에 여유가 넘쳐난다. 117, 119로 붙여 손쉽게 탈출로를 확보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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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구쯔하오 5단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돌이 부딪힐 때마다, 자연스레 박 9단의 힘이 구쯔하오 5단을 압도하고 있다. 지역전이 마무리되면 어느새 흑에 유리한 상황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니 구쯔하오 5단으로선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패배를 맞이할 순 없다.

잠시 뜸을 들이던 구쯔하오 5단이 과감하게 중앙 백 여섯 점을 버렸다. 대신 구쯔하오 5단이 노린 건 하변에 있는 흑 석 점이다. 132로 단수쳤을 때 '참고도'처럼 흑1로 잇는다면, 백2로 치중, 흑마를 사지로 몰아보겠다는 계산.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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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정환 9단은 냉정하고 침착한 승부사다. 반면이 뒤집힐 수도 있는 변화의 빌미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135로 끊어 '패'를 만들었다.
박영훈 9단은 "지금 흑의 팻감이 많기 때문에, 고분고분 잇지 않고 패를 걸어가는 박정환 9단의 판단은 정확했다"고 평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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