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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원점' 휴스턴은 스트롱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스턴 스트롱(Houston Strong·강한 휴스턴)'

2차전 다저스에 연장 11회 접전 끝 역전승 #연장에만 3홈런으로 1승1패로 균형 맞춰 #허리케인 피해입은 휴스턴에 희망주겠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월드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휴스턴으로 돌아간다.

휴스턴 스트롱 패치. [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휴스턴 스트롱 패치. [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미국 텍사스주 남동부에 위치한 휴스턴은 지난 8월 허리케인 하비로 1000년 만의 대홍수를 겪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강수량(1.25m)인 물폭탄을 맞아 약 80여명이 사망하고 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규모는 최대 1900억 달러(약 213조). 살 터전을 잃어버린 휴스턴 시민들은 절망했다. 그런 휴스턴에 희망을 불어넣어준 건 휴스턴을 연고로 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가운데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이 28일(현지시간) 물에 잠기자 구조보트들이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나르고 있다.[AFP=연합뉴스] HOUSTON, TX - AUGUST 28: People walk down a flooded street as they evacuate their homes after the area was inundated with flooding from Hurricane Harvey on August 28, 2017 in Houston, Texas. Harvey, which made landfall north of Corpus Christi late Friday evening, is expected to dump upwards to 40 inches of rain in Texas over the next couple of days.  Joe Raedle/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7-08-29 02:24:27/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가운데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이 28일(현지시간) 물에 잠기자 구조보트들이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나르고 있다.[AFP=연합뉴스] HOUSTON, TX - AUGUST 28: People walk down a flooded street as they evacuate their homes after the area was inundated with flooding from Hurricane Harvey on August 28, 2017 in Houston, Texas. Harvey, which made landfall north of Corpus Christi late Friday evening, is expected to dump upwards to 40 inches of rain in Texas over the next couple of days. Joe Raedle/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7-08-29 02:24:27/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애스트로스는 하비 강타 직후, 한동안 홈구장인 미닛메이드 파크를 이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휴스턴 스트롱' 패치를 왼쪽 가슴에 단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싸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보스턴 레드삭스전 3승1패), 챔피언십시리즈(뉴욕 양키스전 4승3패)를 거쳐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1962년 창단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해, 휴스턴을 '치유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휴스턴 시민들도 믿고 있다. 지난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일어난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가 '보스턴 스트롱(B Strong)' 슬로건을 내걸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애스트로스가 해낼 것이라고 말이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저스틴 벌랜더. [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저스틴 벌랜더. [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하지만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LA 다저스에 졌다. 2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8회까지 2-3으로 다저스에 끌려다녔다. 우완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가 5회 말 다저스 족 피더슨에게 솔로홈런, 6회 말 코리 시거에게 투런홈런을 맞으면서 애스트로스 더그아웃에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벌랜더는 6이닝 2피안타(2피홈런)·2볼넷·5탈삼진·3실점을 기록했다.

9회부터 강한 휴스턴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매 이닝 홈런을 터뜨려 연장 11회 접전 끝에 7-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월드시리즈 1차전까지 30과3분의2이닝 동안 3점만 내줬던 다저스 불펜은 이날 한 경기에만 6실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9회 초 마윈 곤살레스가 다저스의 철벽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날렸다. 곤살레스는 홈을 밟자마자 '휴스턴 스트롱' 패치를 가르키며 기뻐했다. 잰슨은 전날까지 포스트시즌 9이닝 무자책 행진을 벌였지만 이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홈런으로 3-3 동점이 돼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 10회 초에는 애스트로스 호세 알투베가 바뀐 투수 조시 필즈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날려 4-3으로 역전시켰다. 앞선 4차례 타석에서 삼진 2번을 포함해 침묵하던 알투베가 이날 처음으로 환호한 순간이었다. 이어 다음타자 카를로스 코레아도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백투백 홈런을 완성했다. 다저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0회 말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의 좌중월 솔로포와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적시타에 5-5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결승 홈런을 친 휴스턴 조지 스프링어. [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결승 홈런을 친 휴스턴 조지 스프링어. [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애스트로스의 편이었다. 11회 초에 조지 스프링어가 브랜던 매카시로부터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결승 2점포를 뽑아냈다. 다저스는 11회 말 찰리 컬버슨의 홈런으로 또 반격을 노렸다. 그러나 역전까지는 하지 못했고, 애스트로스는 다저스와 월드시리즈 1승1패를 나눠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애스트로스 외야수 스프링어는 역적에서 영웅이 됐다. 그는 전날 1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부진했다. 다저스 선발 클레이턴 커쇼에게 3연속 헛스윙 삼진을 당한 데 이어 9회 마지막 타석에도 잰슨에게 루킹 삼진 아웃됐다. 그랬던 스프링어가 하루 만에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결승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1홈런)·2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는 "이제 우리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아주 많은 홈으로 간다. 휴스턴 시민들의 응원이 우리를 더욱 끈끈한 팀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월드시리즈 3차전은 28일 오전 9시 휴스턴 홈구장인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다. 다저스는 다르빗슈 유, 애스트로스는 랜스 맥컬러스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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