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장관 "경찰 승진 연한 단축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찰공무원법(경공법) 재개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하위직 경찰관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17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장.경사의 승진 연한을 1년씩 각각 단축할 경우 다른 일반 공무원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경공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위직 경찰관들은 재개정에 크게 반발해 왔다.

지난해 말 국회는 일정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근속승진 연한을 순경에서 경장은 6년, 경장에서 경사는 7년으로 각각 1년씩 줄이는 내용의 경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근속승진 대상에 경위도 포함시켜 경사가 8년 근무할 경우 경위로 승진토록 했다.

당시 정부는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근속승진 연한을 종전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어 정부는 근속승진 연한을 명시한 조문을 법안에서 빼는 대신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경공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재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현직 경찰 온라인 모임인 '무궁화클럽' 등엔 '법을 사수하자' 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오 장관과 경찰 지휘부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한 경찰관은 "하위직 경찰관은 이 시간 이후 오 장관을 행자부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경찰관은 "우리는 국민을 위해 고생하는데, 경찰청장은 재개정안에 대해 말을 못하는가"고 적었다.

또 무궁화클럽 집행부는 재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집중 홍보' 지침을 회원에게 내렸다. 각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비롯한 시민단체.회사.동호회 사이트 등에 재개정안 반대를 주장하는 글을 올리라는 것이다. 행자부 게시판 등엔 오 장관을 비난하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하위직 경찰관들은 이택순 경찰청장이 징계를 언급한 현직 경찰관 세 명의 변호사 선임을 위한 후원금 모금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무궁화클럽 측은 "하위직 경찰관도 엄연한 국민으로서 위헌 여부를 정부기관에 확인할 수 있는 기본권이 있다"면서 "이들이 감찰조사 등을 받을 때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직 경찰관 세 명은 14일 헌법재판소에 "정부가 경공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행복추구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이와 관련, 이 청장은 15일 "경찰 3인 이상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피케팅을 한 것은 공무원의 집단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징계를 시사했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